[사설]對北지원품의 직접전달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한국이 제공하는 5만t의 옥수수와 밀가루 등 대북(對北) 식량지원 물자를 7월말까지 북한에 직접 전달하는 절차 등에 남북 적십자사가 최종 합의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동시에 앞으로 남한의 기탁자가 북한의 특정 지역이나 대상자를 지정해 지원물자를 보낼 수 있는 「지정기탁제」실시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도 큰 성과다. 국제기구를 거치지 않고 지원물자를 직접 북한에 전달하는 것은 물자의 운송 기간을 단축하고 경비를 절약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남북 적십자사간의 접촉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이다. 또 언제부터 실시할 수 있을지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어느 지역 누구에게나 지원물자를 지정해서 보낼 수 있는 지정기탁제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산가족, 특히 남쪽에 살고 있는 실향민들은 북녘의 고향이나 가족 친지들에게 물품을 보낼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남북 적십자사가 합의한 내용은 이밖에도 대북 지원물자에 한적(韓赤)마크 및 원산지 표시, 한적 요원의 지원물자 인도 및 하역과정 촬영 그리고 운송로의 추가개방 등을 담고있어 지난 95년 대북 쌀지원 때보다 상당히 발전된 모습이다. 특히 이번 접촉을 계기로 그동안 사실상 중단됐던 남북 직통전화가 다시 가동됨으로써 남북대화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 지원물자의 운송로를 추가하면서도 판문점을 통과하는 가장 가깝고 편리한 육상 통로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나 분배과정 확인에 한적 요원의 참여가 배제된 점은 아쉽다. 또 보도진의 지원물자 인도 인수 취재활동이 보장되지 않은 것은 지난 84년 한국이 북한의 수해 구호물자를 받아들일 당시와 비교하면 상호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앞으로 추가지원문제 협의때 개선 방안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번 합의사항이 원만하게 이행되도록 성의를 다해야 한다. 95년의 인공기게양 강요사건이나 쌀수송선 억류사건 등과 같은 비협조적이고 무례한 행동을 다시 보여서는 안된다. 이번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면 추가지원이 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며 나아가 정부차원의 대규모 지원도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은 현재 경제파탄 식량난 사회기강해이 범죄만연 등 붕괴직전의 위기상황에 놓여있다. 기아(饑餓)해결을 위한 식량지원만을 요청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金正日(김정일)의 권력승계로 체제를 유지해 나가려면 근본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국과 미국이 공동제의한 4자회담에 응하는 것외에 다른 길이 없다. 이번 적십자 합의가 남북대화재개 및 관계개선에 징검다리를 놓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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