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유모차부터 장의차까지 「평생 대여시대」

  • 입력 1997년 5월 12일 07시 51분


『요람에서 무덤 갈 때까지 빌려 쓴다』 영아는 유모차, 유아는 장난감, 초등학생은 동화책, 중학생은 외국어교재, 고등학생은 비디오테이프, 대학생은 레저장비, 신부는 드레스, 망인은 리무진 장의차…. 웬만한 것은 다 빌려 쓸 수 있는 「대여시대」가 오고 있다. 서울에는 생활용품 사무용품 레저용품 등을 대여하는 종합렌틀회사가 서너곳 있다. 이곳에서는 유모차 교자상 등의 생필품, 팩시밀리 복사기와 같은 사무용품뿐 아니라 노래방기기 슬라이드 영사기 액정비전 여행용자전거나 스키세트 등산장비 등도 빌려준다. 한국훼밀리렌탈 영업부 오세정차장(34)은 『개업 당시인 89년에는 50여개 품목을 대여했지만 현재는 1백50여 품목에 1천5백여개의 제품을 대여해 준다』며 『하루에 2,3건에 불과하던 주문이 요즘은 20건 이상 들어온다』고 말했다. 전문대여점도 크게 늘고 있다. 장난감이나 책,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주는 전문대여점부터 화분 여행용가방 가구 카메라 휴대전화 미술품 등을 한 품목씩만 취급하는 전문대여점도있다.「피클로」라는 어린이파티복 전문대여점도 등장했다. 미술품을 전문으로 대여하는 동숭갤러리의 큐레이터 박미정씨(28)는 『미술품을 사는 대신 빌리는 값이면 여러 작품을 바꿔가며 감상할 수 있기때문에 정기적으로 대여해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여품목이 확산되고 대여빈도가 높아지는 추세는 소유가치보다는 사용가치를 중요시하는 신세대들이 늘고 있다는 점과 맞물려 있다. 2년째 호출기를 대여받아 사용하고 있는 서지원씨(26·서울 동작구 사당동)는 『내가 쓰는 것이라고 꼭 내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빌려 써도 이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전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사용에 따른 비용을 미리 따져보는 소비자들의 합리성도 대여 확산을 부채질한다. 이창희렌트백서비스의 이창희사장(33)은 『신혼여행가방을 대여해 가는 신혼부부가 한달에 2백쌍이상』이라며 『요즘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물건은 아무리 비싸도 구입하지만 오래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기꺼이 빌려서 사용하는 합리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혼여행용 가방은 구매하려면 20만∼40만원을 주어야 하지만 2만∼4만원을 지불하면 1주일간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서울대 여정성교수(소비자학)는 『부모세대는 물질적으로 부족한 세대여서 무엇이든지 일단 내 것으로 만들고 보는 등 소유 자체를 중시하지만 비교적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난 신세대들은 큰 불편없이 아무때나 사용할 수 있는가에 가치를 더 둔다』며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생활환경의 변화도 대여문화가 확산되는데 한몫을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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