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철씨의 돈세탁 끝까지 밝혀라

  • 입력 1997년 5월 10일 20시 16분


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하루가 다르게 터져나오는 갖가지 비리 행태에 국민들은 벌린 입을 다물줄 모른다. 이번에는 그가 측근과 주변인물 등 1백여명의 명의로 가 차명계좌를 개설해 최소한 87억원의 자금을 은닉 관리해온 혐의가 드러났다. 아버지인 대통령은 검은 돈의 흐름을 막자며 금융실명제 긴급명령을 내리고 아들은 그 틈새에 숨어 검은 돈을 주무르고 있었다니 이런 파렴치한 일이 없다. 沈在淪(심재륜)대검중수부장은 현철씨가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갖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며 『자금세탁 과정에 등장하는 가 차명계좌 명의인이 1백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현철씨가 이처럼 여러 곳에 은닉한 돈이 대선자금 잉여분인지 이권제공의 대가로 받은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출처야 어디든 검은 돈임엔 틀림없다. 수많은 계좌에다 그것도 차명으로 분산 은닉한 점만 봐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해 치밀하게 측근들이 돈세탁을 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현철씨의 비자금일 것으로 추정되는 돈만 해도 벌써 3백억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측근 朴泰重(박태중)씨가 갖고 있던 1백32억원과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운영차장이 한솔그룹에 맡겨 관리한 70억원에다 이번에 또 87억원이 드러났다. 검찰은 또다른 모(母)계좌를 포착, 추적중이라는 보도도 있다. 그의 뒤를 캐다보면 이런 계좌와 돈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은 취임후줄곧1전 한푼 받지 않겠다며 칼국수만 먹어왔는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솔선수범해야 할아들이 몇백억원을 몰래 숨겨왔다면 참으로낯 두꺼운 일이다.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현철씨가 금융실명제 실시를 사전에 알고 대비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실명제가 전격 실시되기 5개월전인 93년 3월부터 가 차명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야당은 이점을 들어 현철씨가 실명제 실시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현철씨는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정말 사실이라면 김대통령도 이 부분에 대해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현철씨 비리문제는 이제 의혹차원을 넘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청문회에서 눈물을 흘리며 돈문제만은 깨끗하다고 시치미를 뗀 것도 결국 국민을 철저히 우롱한 연극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사법처리를 더 미룰 이유가 없다. 검찰은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한 다음 사법처리할 방침이라지만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그에 대한 사법처리 요건은 차고 넘친다. 차명계좌를 통해 돈세탁을 하고 천연덕스레 거짓말하는 그를 그냥 두면 증거를 인멸하거나 관련 인물들과 입을 맞추는 시간을 주는 것일 수도 있다. 검찰은 일단 현철씨의 신병을 확보한 다음 나머지 의혹부분을 계속 수사하기 바란다. 대선자금 의혹이든 국가정보를 빼돌리고 이권에 개입해 돈을 받은 혐의든 낱낱이 밝히려면 그에게 빠져나갈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검찰의 분발을 당부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