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30〉
겁에 질려 있는 상인을 안심시키기 위하여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당신한테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나도 사실은 상인이랍니다. 그 믿어지지 않는 이상한 모험에 휘말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입니다.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지만 내가 여기 오게 된 데는 참으로 희한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선 당신에 대한 나의 선의를 증명하기 위하여 내가 저 골짜기 밑에서 주워온 다이아몬드 중 얼마를 당신께 드리지요. 당신 생애에 이런 훌륭한 물건을 손에 넣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나는 허리띠에서 몇 개의 굵고 훌륭한 다이아몬드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그걸 보자 양고기 주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양고기를 던져 붙여올리는 다이아몬드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겠습니까? 고작해야 콩알만한 것이 전부 아니었겠습니까? 그런 것밖에 만져보지 못한 그에게 내가 밤톨만한 다이아몬드를 내밀었으니 어떠했겠습니까? 그는 자못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나리! 당신께 축복이 있기를! 그렇지만 저에게는 그 중 하나만 주셔도 충분합니다. 그 하나만 가져도 저는 평생을 부자로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정말이지 이런 훌륭한 다이아몬드는 생전에 처음 봅니다. 임금님이나 교주님도 그런 걸 가지고 계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상인은 기쁨에 들떠 다른 상인들을 소리쳐 불렀습니다. 그러자 그의 동료들이 나타나 내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바그다드를 떠나 여기까지 오게 된 자초지종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난 상인들은 몹시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아무도 살아서 돌아온 적이 없는 저 죽음의 골짜기로 당신을 인도했던 건 알라의 뜻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그들은 나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잠을 좀 잘 수 있게 하기 위하여 그들의 천막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나는 거기서 하루 낮과 하루 밤을 꼬박 잤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나는 낯선 무인도에서 혼자 비통해하고, 대붕의 다리에 묶인 채 아득히 허공을 날아가고, 거대한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는 굴 속에서 와들와들 몸을 떨고, 그리고 바둥바둥 고깃덩어리에 매달린 채 하늘로 올라가는 악몽을 꾸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우리 일행은 구렁이들이 우글거리는 골짜기를 내려다보면서 아득히 잇닿은 산봉우리들을 따라 걸어가다가 마침내 바닷가 어느 조그만 도성에 도착하였습니다.
그것은 아주 아름답고 이국적인 섬나라였습니다. 거기에는 커다란 녹나무들로 이루어진 동산이 있었는데 그 나무 하나하나가 얼마나 크고 멋졌던지 나무 한 그루의 그늘 속에 1백명은 능히 쉴 수 있을 만했습니다. 사람들은 그 나무들에서 장뇌를 얻었는데 그걸 추출하려면 길고 가느다란 쇠막대기로 나무줄기에 구멍을 뚫으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두면 그 구멍으로 수액이 흘러나오는데 그것을 그릇에 받으면 곧 고무처럼 엉겨붙어 장뇌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수액을 채취하고 나면 나무는 말라 죽어 땔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