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봉기 7개월만에 자이르 국토의 3분의 2를 점령하며 모부투 세세 세코대통령의 32년 독재를 마감하려 하고 있는 반군 지도자 로랑 카빌라(56)는 30년동안 「타도 모부투」를 외쳐온 직업 혁명가.
벨기에 식민통치 시절 항구도시 칼레미에서 태어난 카빌라는 자이르가 독립은 했으나 혼란이 계속되던 64년 마르크스주의 게릴라 부대를 이끌고 폭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듬해 당시 모부투 중령이 쿠데타로 집권하자 동부 산악지대로 쫓겨갔다.자이르 게릴라들은 그곳에서 중남미의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의 지원을 받게 된다. 체 게바라는 그러나 해외여행만 다니는 관광객인 카빌라와 혁명운동을 같이할 수 없다며 그와의 관계를 끊었다. 이후 90년 무렵까지 카빌라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구 유고연방 시절 베오그라드 대학에서 수학한 카빌라는 중키에 대머리로 첫인상은 마음 좋은 이웃 아저씨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단호하고 비타협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독재정권에 염증을 내는 자이르 국민들에게 새 시대를 열어줄 희망으로 인식되는 반면 혁명과 집권을 위해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눈 비정한 혁명가라는 비난도 함께 받아왔다.
카빌라는 또 자신과 모부투 대통령의 대결이 투치와 후투족의 종족대결이 아닌 민주 대 독재의 대결로 이해돼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해왔다. 그는 자신이 후투족 출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왔지만 그가 의장을 맡고 있는 반군 조직 콩고 자이르 해방 민주전선연합(ADFL)은 대부분 투치족으로 이뤄져 있다. 이때문에 그는 모부투 정권으로부터 우간다 르완다 등 이웃 투치 정권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윤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