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72)

  • 입력 1997년 5월 3일 08시 1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25〉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나는 미친 사람처럼 섬을 헤매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있던 나는 저 멀리 섬 안쪽에 무엇인가 하얗게 빛나는 크고 둥근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흰 회칠을 한 대사원의 돔같았습니다. 그걸 발견한 나는 미끄러지듯 나무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그쪽을 향하여 허겁지겁 달려갔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그것은 하늘 높이 치솟은 백악의 대사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그 둥근 사원 주위를 아무리 돌아보아도 들어가는 입구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사원의 둥근 벽면은 몹시 미끄럽고 반질반질하여 나로서는 기어오를 힘도 없거니와 그럴 재간도 없었습니다. 설령 기어오른다 할지라도 밋밋하고 둥근 벽면에는 창문 하나 없어서 안을 들여다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 괴이한 사원을 하릴 없이 쳐다보고만 있던 나는 그것의 크기가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서 있는 지점에 표시를 해놓고 그 둘레를 한 바퀴 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것은 오십 보가 넘었습니다. 나는 다시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어떻게 하면 안으로 들어가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궁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면서 태양이 모습을 감추고 주위가 컴컴하게 어두워졌습니다. 처음에 나는 태양이 구름 속으로 들어간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지금은 한여름인데 하늘에 구름이 낄 리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그리하여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는데, 태양을 덮고 있는 것은 구름이 아니라 한 마리 거대한 새가 아니겠습니까? 몸집도 크려니와 날개도 엄청나게 넓어서 그것이 하늘을 날면서 태양을 덮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 엄청난 광경을 보고 너무나 놀란 나머지 뒤로 벌렁 자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때 문득, 일찍이 순례자나 길손들한테서 들었던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루흐」라고 부르는 커다란 새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큰 새는 어느 외딴 섬에 살고 있는데 모이로는 코끼리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그저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만, 웃어버릴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 내 눈 앞에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오고 있는 거대한 새야말로 순례자들이 말한 바로 그 루흐이고, 내가 와 있는 섬이야말로 그 대붕(大鵬)이 사는 섬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내 눈 앞에 높이 세워져 있는 둥근 지붕의 사원이라는 것은 다름 아닌 대붕의 알이었던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자 전능하신 알라께서 창조하신 이 희한하고도 장엄한 조화 앞에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윽고 그 거대한 새는 대지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것이 땅에 내려앉을 때 일으키는 바람이 얼마나 거세었던지 주변의 나무들이 뿌리째 뽑혀버릴 정도였습니다. 나 또한 바람때문에 오리밖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땅에 내려앉은 새는 날개를 펼쳐 그 둥근 지붕처럼 생긴 알을 품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다리를 쭉 펴고는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언제나 주무시는 일 없이 언제나 깨어 계시는 신께 영광 있을지어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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