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적십자의 북경 접촉

  • 입력 1997년 5월 2일 20시 07분


오늘 북경(北京)에서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이 북한 주민의 기아구제에 기여하고 남북 당국자간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지난달 18일 대한적십자사가 판문점 접촉을 제의하고 북한적십자회가 북경회담을 수정제의함으로써 중단 4년9개월만에 재개되는 이번 남북적(南北赤) 접촉에 거는 우리의 바람이다.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식량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사정이 악화돼오다가 최근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국의 식량 배급량이 크게 줄거나 아예 끊어져 많은 주민들이 식량을 구하려 헤매고 굶어죽는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보도다. 굶주린 주민들이 풀뿌리와 나무껍질을 삶아 먹는 것은 보통이고 먹어서는 안될 것까지 먹는 일도 있다는 끔찍한 이야기마저 들린다. 이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인도적 민간단체인 적십자가 협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한적십자사가 국제적십자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북한적십자회를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할 수 있다면 시간과 경비절약 면에서 보다 효과적일 것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오늘 북경에서 만나는 남북 적십자 실무진은 남쪽의 지원식량을 북측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세부적인 절차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세부절차에는 지원품목 시기 전달경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전달경로의 경우 지난 84년 한국의 수재민을 위한 북한의 쌀과 시멘트 등이 판문점과 인천을 통해 운송된 전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북측은 자신들의 식량지원을 위한 민간차원의 인도적인 이 접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무리한 요구로 남측을 곤란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후속접촉은 제삼국이 아닌 판문점이나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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