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70)

  • 입력 1997년 5월 1일 09시 16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23〉 이튿날 아침 짐꾼 신바드는 뱃사람 신바드의 집으로 갔다. 그날도 주인은 친절하게 그를 맞아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사람들이 모이자 하인들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차려놓았다. 모두들 즐겁게 먹고 마셨다. 식사가 끝나자 주인은 전날에 이어 그의 두번째 항해이야기를 시작했다. 『들어보시오, 형제들. 어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나는 첫번째 항해에서 벌어온 돈으로 이미 상당한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나는 방탕하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환희와 일락을 누리며 살았습니다. 내가 그렇게 무절제한 생활을 했던 것도 어쩌면 첫번째 여행에서의 그 사랑을 잃어버린 마음의 고통 때문이었던지도 모릅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문득 모든 것이 권태롭게만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맛좋은 음식과 향기로운 술을 먹고 마셔도, 아무리 많은 환락을 누려도 마음 속 깊은 곳에 밀려드는 공허감을 채울 길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세상에 나아가 낯선 도시며 섬들을 두루 구경하고, 타국 사람들과 교역도 하여 돈도 벌어보리라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그 걷잡을 수 없는 바람기가 다시 도지기 시작했던 거지요. 그리하여 나는 막대한 밑천을 들여 온갖 상품들과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였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나는 강가로 나가보았는데 때마침 출항을 앞둔 배 한 척이 있었습니다. 산뜻한 돛을 달고, 선원들의 배치도 완벽하게 출항준비를 끝낸 배였습니다. 나는 그 배의 선장을 만나 나를 위하여 출항날짜를 이틀만 늦추어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선장은 흔쾌히 승낙했고, 나는 그 이틀 동안 짐꾼들을 시켜 짐들을 모두 옮겨 배에 싣도록 하였습니다. 선적작업이 끝났을 때 선장은 곧 닻을 올리고 출범하였습니다. 항해는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여러 도시를 들르고, 여러 섬들을 거치며 배는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던 끝에 마침내 우리는 어느 외딴 섬에 당도하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푸른 섬이었습니다. 나무는 빽빽히 우거지고 노랗게 익은 과일은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은 진한 향기를 발하고 있었고, 새들은 간드러진 가락으로 지저귀고 있었고, 곱고 맑은 시냇물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섬에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선장은 배를 그 섬에다 대었습니다. 상인들과 선원들은 뭍으로 올라가 모처럼의 휴식을 취했습니다. 한가로이 해변을 거닐기도 하고, 나무 그늘에 앉아 땀을 식히기도 하고, 위대하고 영광된 유일신 알라를 칭송하는 새들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전능하신 그 분의 피조물인 자연의 오묘한 조화를 경탄하기도 하였습니다. 항해중에 맞이하는 그 달콤한 휴식, 정말이지 그것은 뱃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랍니다. 그 휴식의 즐거움을 최대한 만끽하여야 다음에 계속될 항해가 덜 힘겹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는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뭍으로 올라갔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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