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레이더]파킨슨병 법안 증인출석 무하마드 알리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파킨슨병 연구 지원법안을 다룬 23일 미 하원 세출소위 청문회에 전헤비급 복싱 세계챔피언인 무하마드 알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이날 증인 알리는 한 마디도 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라』는 빌 영 위원장의 재촉이 잔인한 조롱으로 들릴만큼 어색한 침묵이 청문회장에 감돌았다. 그러나 의원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 알리를 통해 파킨슨병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신경을 무력화시키면서 신체의 균형감각과 기억력을 빼앗는 질병. 「떠벌이」라는 별명대로 달변을 자랑하던 알리의 침묵은 「나를 봐라. 한번 걸리면 이렇게 계속 악화된다」라는 웅변과 다름이 없었다. 올해 55세인 그에게 파킨슨병이 엄습한 것은 지난 84년. 사교계에서 인기를 누리던 알리는 이 병으로 집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부인 로니는 『남편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자신의 장애에 관심을 갖는 게 싫어 틀어박혀 지냈다』며 알리가 지금도 혼자서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대중앞에서는 입을 다문다고 전했다. 절망에 빠졌던 그가 재기한 것은 지난해 애틀랜타올림픽.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성화봉을 들고 나타난 그를보고 미국인들은 일제히 『오 알리!』라는 탄성을 터뜨렸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어쩌면 파킨스병보다 더 중요한 알리의 개인적 진실이 밝혀졌다. 『알리, 실은 조지 포먼이 무서웠지』 한 의원의 질문에 알리는 고개를 돌리려다가 잠시 멈췄다. 포먼은 지난 74년 자이르의 킨샤사에서 그와 세기의 대결을 벌였던 최대 라이벌. 알리는 눈썹을 찡그린 뒤 무겁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말을 할 수 있었을 때는 한번도 인정하지 않았던 진실을 고백한 것이다. 〈워싱턴〓홍은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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