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은영/스님 둘러싼채 예수설교 보기 민망

  • 입력 1997년 4월 25일 08시 22분


모처럼만에 기회가 생겨 서울에 왔다가 친구와 함께 여의도 주변에 핀 벚꽃 구경을 갔었다. 햇볕도 따뜻하고 꽃잎이 바람에 날려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장관을 바라보며 참 잘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봄을 만끽하며 걷고 있는데 저만치에 한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장사꾼이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려는데 아무래도 떠드는 소리가 이상해 발길을 멈추고 들여다 보았다. 세명의 남녀가 스님 한 분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 남녀는 스님의 옆과 앞을 둘러싼채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을 외치며 설교를 하고 있었다.스님은 아무소리 않고 눈을 감은 채 목탁을 치며 염불을 하고 있었다. 가끔 「나무관세음보살」을 외며 허리굽혀 절을 하기도 했다. 보기에 너무 민망한 광경이었다. 주위에 둘러선 사람들은 스님을 동정하며 세 남녀를 질타하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개중에는 혀를 차며 너무하지 않으냐고 말렸지만 그들은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하나님과 구원을 믿는 신자이지만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의 종교가 옳다고 하더라도 남의 종교를 방해할 수 있을까. 종교는 말보다 실천이다.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 생활 속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면 자연히 전도가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극단적인 행위는 오히려 자신의 종교를 욕되게 하는 결과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은영(전남 여천시 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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