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64)

  • 입력 1997년 4월 25일 08시 22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7〉 나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그럼 막내 딸과 결혼한 사람은 어떻게 됩니까?』 그러자 이웃집 사내는 말했습니다. 『막내 딸 남편은 위의 형부들 중 하나가 죽기까지는 홀아비로 살아야 되는 거지요. 그래서 이런 말도 있지 않소. 「큰 딸 죽은 날 우는 사람은 막내 사위밖에 없다」는 말 말이오』 나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처형의 남편, 즉 동서가 먼저 죽으면 어떻게 됩니까? 그렇게 되면 처형과 살아야 되는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요. 그런 경우 하나씩 밀려 막내 딸은 언니 하나가 죽기까지는 홀어미로 살아야 하는 거지요. 그래서 「형부 죽어 남편 잃은 막내 딸 언니 죽기 기다리듯 기다린다」는 말도 있지 않소』 듣고 있던 나는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 아니오. 아내를 뺏기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고, 처형이나 처제와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 테고』 그러자 이웃집 사내는 내 말이 말같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말이오? 옛날부터 내려오는 풍습인데 원하고 원하지 않고가 어디 있소?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 풍습을 어긴 사람은 아무도 없소』 나는 더 이상 말을 계속할 기분이 아니었습니다. 나의 경우는 처제가 없으니 만약 처형이 먼저 죽으면 아내를 빼앗기고 홀아비로 살아야 할 것이고, 동서가 먼저 죽으면 마음에도 없는 처형과 함께 살아야 되는 처지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런 아내를 동서에게 뺏길 수도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미쳐버릴 것 같은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동서라는 작자로 말할 것 같으면 예의가 없고 오만방자한 사람인데다가 밤낮없이 술만 퍼마시고 아내를 두들겨패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못된 작자한테 아내를 뺏기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나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아내를 꼭 보듬어 안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어느날 내가 집에 있으려니까 밖에 나갔던 아내가 울고 불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돌아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깜짝 놀라며 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 불쌍해라! 언니가 병으로 죽고 말았지 뭡니까?』 그래서 나는 아내를 달래며 말했습니다. 『제발 진정하구려. 누구나 이 세상에 오면 한번은 가야 하는 게 알라의 뜻이지 않소. 그렇게 슬퍼한다고 돌아가신 처형이 되살아날 리도 없지 않소. 그러다가 당신의 건강이라도 해치면 어쩌려고 그러오』 그러자 아내는 더욱 슬피 울면서 말했습니다. 『내가 슬퍼하는 건 돌아가신 언니도 언니지만 이제 홀아비로 살아가야 할 당신이 불쌍해서 그런단 말이에요. 이제부터 당신의 식사는 누가 돌봐드리며, 잠자리는 또 누가 돌봐드린단 말입니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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