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56)

  • 입력 1997년 4월 16일 11시 56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9〉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서 당신들의 일을 방해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왜 암말을 해변에다 매어두고 지하실에 숨어 있지요? 이렇게 숨어서 대체 무얼 엿본단 말이지요?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명마가 얻어집니까?』 내가 이렇게 묻자 사내는 빙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말야, 이 섬의 저 바닷속에는 아주 신비한 종마들이 살고 있는데 해변에다 저렇게 암말을 매어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그놈들은 암말 냄새를 맡고 바다에서 나와 암말한테 덤벼들어 녹초로 만들어 놓는단 말야. 그런데 그 신비한 종마는 교미를 끝내고 나면 암말을 바닷속으로 데리고 가려고 한단 말야. 그러나 암말을 고삐로 단단히 묶어 놓았으니 데리고 갈 수가 없지. 그러니 씨말은 울고불고, 두 다리를 하늘로 쳐들고 지랄발광을 하지. 그때 우리는 사방에서 우르르 달려들면서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 놈을 쫓아버리고 암말을 데리고 돌아가는 거지』 듣고 있던 나는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섬은 미르쟌 임금님의 종마소와 같은 곳이로군요』 『말하자면 그렇지. 이렇게 하여 바닷말의 씨를 밴 암말을 데리고 가 우리는 임금님께 드릴 더없이 뛰어난 새끼말을 얻는 거지. 이렇게 얻은 새끼말은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고귀한 말이지. 그래서 우리는 여기 이렇게 지하실에 몸을 숨긴 채 씨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거지. 자, 이제 바다의 종마가 나타날 때가 되었어. 일이 끝나고 돌아갈 때는 당신도 미르쟌 왕께 데리고 갈게. 그리고 우리나라를 구경시켜 주지』 이렇게 말하고 난 사내는 이제 바다의 종마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숨을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나는 그의 말이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였습니다.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바다에서 거대한 물거품이 일더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백마 한마리가 소리 높여 울어대면서 나타났던 것입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갈기를 휘날리며 바다 위로 나타난 말은 정말이지 보기만 하여도 황홀해지는 그런 말이었습니다. 말은 힘찬 네 다리를 움직여 해변으로 달려오더니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이 앞발을 높이 쳐들고는 다시 한번 소리쳐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거대하게 솟구쳐 오른 연장을 해 가지고는 암말에게 올라탔습니다. 참으로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일을 치르고 난 백마는 주둥이를 암말의 주둥이에다 대고 사랑을 표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암말을 데리고 가려는 듯 목덜미를 물고 바다쪽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암말은 단단히 고삐가 매어져 있는지라 바다의 수말은 미친듯이 암말 주위를 맴돈다, 네 다리를 구른다, 울부짖는다 안달이 났습니다. 그때 내곁에 엎드려 바깥의 동태를 관찰하고만 있던 마부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몽둥이를 들고 달려나갔습니다. 그와 동시에 이 섬 여기저기에 지하실을 파고 숨어 있던 다른 마부들도 일시에 달려나가며 함성을 질렀습니다. 그 서슬에 바다의 종마는 깜짝 놀라 바다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내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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