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최연소의원에 고개숙인 老정객

  • 입력 1997년 4월 15일 20시 00분


최연소 국회의원의 매서운 신문 앞에 고희(古稀)의 노(老)정객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15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한보청문회. 올해 33세의 국민회의 金民錫(김민석)의원은 두 번째 증인으로 나선 鄭在哲(정재철)의원에게 먼저 『질의 도중 결례가 있더라도 용서하십시오』라며 예의를 갖췄다. 하지만 權魯甲(권노갑)의원이 鄭泰守(정태수)한보 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국민회의 소속 국회재경위원 4명을 무마하려했다는 대목에 이르자 김의원은 잠시 평정을 잃었다. 김의원 자신이 이른바 재경위의 「국민회의 4인방」중 한사람으로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 김의원은 권의원이 자당(自黨)소속 재경위원 4명에게 「무마조」로 돈을 건넸다는 의혹의 출발점이 된 정의원의 「쪽지」를 파고 들었다. 김의원이 『작년 국정감사 때 국민회의에서 한보관련 자료를 요청한 재경위원 4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권의원에게 건네주며 무마하려 했다는게 사실이냐』고 묻자 증인은 『메모가 아니라 쪽지』라며 시인했다. 그러나 김의원이 『당시 국민회의 소속의원들이 한보와 관련된 자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고 되묻자 정의원은 잠시 머뭇거리다 『30대 재벌에 대한 여신현황자료를 요청해 한보가 당연히 들어있는 줄 알았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증인의 답변은 금방 김의원에 의해 「구속수감후 누군가로부터 코치를 받은 시나리오」임이 드러났다. 전날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회장이 『당시 국민회의 재경위원 한 명이 한보관련 자료를 요청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자료를 줘도 무방하다고 했다』고 한 증언을 들이대며 김의원이 『(30대 재벌여신이라고 말한 것은)조금 전에 검찰에서 들은 것 아니냐』고 파고 들자 증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증인은 결국 『재판과정에서 들은 얘기』라고 시인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한 김의원이 『여당의 전당대회의장까지 지낸 다선의원으로서 어떻게 동료후배의원의 질의를 무마하려 들 수 있었느냐』고 다그치자 『국민과 후배의원들에게 부끄럽기 한이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김창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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