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비자금 실체]총액-사용처 『회장만 안다』

  • 입력 1997년 4월 8일 20시 08분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이 조성한 비자금의 총액과 구체적인 사용처는 정총회장을 제외하고는 과연 신(神)만이 알고 있는 것인가. 8일 국회 한보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두번째 증인으로 나온 金鍾國(김종국)전 재정본부장은 여야의원들이 비자금의 총규모에 대해 묻자 『회장님만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의원은 김씨를 상대로 『한보철강의 총여신액 5조원 가운데 한보철강 건립비용과 초기부채 이자 등을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4천억원 이상이 빼돌려졌지 않느냐』고 캐물었다. 이에 김씨는 『한보철강 한보 등의 월 4백억∼5백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충당하는 데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애매하게 말했다. 이의원은 실무자가 진술한 이자지출액(4천5백억원)을 대며 「이자로 나간 돈만 1조5천억원」이라는 정씨의 주장을 반박했고 이에 김씨는 『그러면 실무자의 말이 맞을 겁니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김씨는 또 비자금 조성경로가 「한보철강→한보→한보상사(정총회장)」라는 점은 시인했다. 또 현금으로만 94년 2백억원, 95년 4백억원, 96년 3백50억원이 이 경로를 통해 흘러나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한보상사에 빌려준 형식으로 조성한 이 돈을 정씨가 나중에 갚지는 않았지만 어디에 썼는지는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또 한보철강 공사비 중 노무비 7천7백억원을 과다계상해 빼돌리지 않았는지를 캐묻는 데도 『모른다』며 버텼다. 김씨는 지난해 설에 42억원, 휴가때 6억원, 추석때 36억원을 「떡값」으로 지출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는 『36억원은 기억이 난다』고 시인했다. 여야의원들은 정씨의 「분신」으로 통한 김씨를 상대로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를 캐내려고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는 『오너와 월급쟁이 사장 사이가 가까우면 얼마나 가깝겠느냐』 『한보철강에는 사장이 3명이나 있어 전체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보철강 공사비를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의 총규모만 해도 최소한 4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검찰이 밝혀낸 부분은 2천1백36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천9백억원 가량의 상당부분이 92년 대선자금, 4.11총선 및 지방선거 비용 등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은 언제쯤 속시원히 풀릴 것인가.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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