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신인 연기자들의 전속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계약을 할 대상 3명중에 2명이 10대의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어느덧 우리나라도 무서운 10대들이 대중문화의 전면으로 나서는 시대가 된 것이다. 10대의 발랄함과 신선함이 주는 문화적 탄력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다른 세대들의 문화적 무관심속에 우리 10대의 문화가 다른 세대와는 단절된 자신들만의 문화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사회나 각 세대별로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유독 10대의 문화가 방송이나 가요, 공연을 무차별로 장악해 가는 반면에 기성세대의 문화는 점점 그 위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10대들이 대중문화라는 한 곳으로 관심사를 집중하고 있는 반면 기성세대들은 삶의 여유를 찾지 못하고 문화적으로 무관심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문화적 욕구가 가장 강하고 실제로 문화적 지출이 가장 크게 이루어지는 것은 유행에 민감한 10대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10대의 문화는 그 응집력으로 인하여 획일적인 성격을 띤다. 우리가 방송에서 접하는 10대들의 옷차림 노래 함성들에서 그 획일성은 확연히 느껴진다. 그들과 다른 어떤 문화도 거부하려는 이른바 문화적 전체주의 현상이 10대들 사이에 만연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심화하면 다른 세대의 문화를 파괴적으로 공격하는 문화적 킬링필드로 발전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10대 문화에 다양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하여 10대의 문화와 기성세대의 문화가 서로 어울리고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야 할 것이다. 10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음악회나 전람회, 공연 등의 기획이 아쉽다. TV에서 열린음악회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두 문화의 행복한 만남을 주선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최정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