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이한한 시몬 페레스 전이스라엘 총리가 이한 직전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둘러보면서 취했던 진지하고 학구적인 태도가 인상적이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은 한국을 다녀가는 외국 귀빈들의 대표적인 방문코스. 일정에 쫓기는 VIP들은 회사측이 안내하는 코스를 건성건성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仁村(인촌)기념강좌에 참석, 「평화를 위한 투쟁」에 관한 명강의를 남겼던 페레스 전총리는 그러나 이전의 외국 귀빈들과는 확연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안내를 맡은 직원이 공장현황을 설명하는 순간부터 「이상한 조짐」이 시작됐다. 설명만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던 그가 속사포식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기숙사는 몇 명을 수용하는가』 『하루 평균생산량은』 등등.
페레스 전총리의 「호기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담당직원이 텔레비전 비디오 컴퓨터 등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1백여종의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하자 그는 「상담을 앞둔 바이어」같은 자세로 꼬치꼬치 모든 것을 캐물었다.
질문수준도 제품의 성능과 특징 등을 꼼꼼히 물어보는 등 전문가 못지 않았다. 복잡한 질문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미처 답변자료를 준비하지 못한 안내자가 당황했다. 담당 기술진까지 답변을 거들어야 했을 정도였다.
동석했던 삼성 관계자는 『평생 군인과 정치가로 살아온 분이 이처럼 기술문제에 대해 세세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페레스 전총리와 같은 지도자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 국민이 한없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페레스 전총리는 이에 앞서 28일에는 이태원에서 한시간 동안 쇼핑을 즐겼다. 그가 구입한 것은 5천원짜리 넥타이 두개와 부인에게 선물할 도금 귀고리가 전부였다.
같은 날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해외에서 골프로 물의를 빚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마음은 더욱 착잡했다.
공종식기자<사회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