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선후배유대 약화…신입생 외로움

  • 입력 1997년 3월 30일 08시 30분


[변영욱기자] 「대학생활을 인도해줄 선배를 찾습니다」. 지난 3월초 서울대 제1식당 게시판에 나붙은 쪽지다. 요즘 대학가에는 믿고 따를 수 있는 선배를 찾아 떠도는 「외로운」 새내기(신입생)들이 부쩍 늘었다. 고교 선후배 또는 학과 선후배간의 유대관계가 약화하면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신입생들은 대학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학교측에 직접 문의하거나 컴퓨터통신을 통해 익명의 선배들에게 묻는 방식으로 풀고 있다. 지난 2월말경 서울대 사회대 한 학과사무실에는 입학을 앞둔 1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입학식날에도 수업을 하나요』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등의 질문을 쏟아놓았다. 이 학과 홍모조교(32)는 『3,4년 전부터 입학식 직전 4,5명의 학생들이 찾아오곤 했는데 올해는 두배 정도 늘었다』면서 『지방에서 전화로 물어본 학생도 여럿 있었다』고 전했다. 학부제를 실시중인 서울대 공대의 각 학과사무실에도 이 기간에 5∼10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언제 무엇을 기준으로 전공이 배정되는지」 등을 문의했다. 대학생들이 개설한 각 통신동호회의 게시판에도 입학을 전후해 새내기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미적분과목을 쉽게 풀이한 참고서가 없나요」 「학교 근처에 괜찮은 영어회화학원 없나요」 등과 같은 시시콜콜한 질문들이지만 「마음놓고 의지할 수 있는 선배님을 찾습니다」는 「정에 굶주린」 신입생들의 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서울대 학생처관계자는 『동문 고교선배가 많지 않은 지방학교 학생들 뿐만아니라 서울의 명문 학교출신 신입생들 중에도 「고독한 새내기」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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