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만 했다 하면 대뜸 『이혼하자』고 나오는 사람이 있다. 회사에서도 일이 안 풀리면 다짜고짜 사표를 내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조금 전까지 웃으며 농을 주고 받다가 갑자기 주먹을 날리는 사람도 있다. 상대하던 사람으로서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경우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들이다. 화가 나거나 억울해도 그저 참아야 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 윤리 의식에는 원초적으로 자기 표현을 가로막는 것이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정말 이상한 것이 바로 「말대답」이라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야단칠 때 아이들 나름대로 진상을 설명하려 들면 그 걸 말대답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아이로서도 억울한 경우가 있다. 어른이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사태 파악을 잘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아이가 말대답이란 걸 하면 까무러친다. 이제 아이는 장사 지낼 일만 남은 거다. 그래서 우리는 야단맞을 때는 가만 있다가 나중에 어른의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그 때 『실은 이마저만 했었노라』고 이야기하라는 요령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이런 독재가 어디 있는가. 말 한 마디 못하고 일방적으로 나쁜 아이가 되어 버린 억울한 기억이 아이의 가슴에 얼마나 못질을 할 것인가. 뿐인가. 출구를 찾지 못한 감정은 이제 무조건 참기나 아니면 폭발이다.
요즘 화가 나면 가스통을 집어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다. 폭발의 결과에 비한다면 그 원인은 얼마나 사소할 것인가. 이게 우리 정신 문화의 병리 현상 아닐까.
아이들 버르장머리를 잡아 준다는 핑계로 경우 없이 아이들을 무조건 억압하는 것은 아닌지. 갈등 앞에서 자기 통제력을 완전히 잃어 버리는 감정폭발의 불씨를 키워 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독재자 어른들은 반성하자.
박자경(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