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 송모씨(39·서울)는 초등학교 5년생 아들이 툭하면 동급생을 때려 말썽을 일으키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는다.
남편은 『집에서 애 하나 제대로 못 기른다』며 야속하게 타박만 한다. 그때마다 송씨는 『그 애비에 그 자식이지』라며 남편과 한바탕 싸운다.
중국 고전중의 하나인 「한비자」에 「아내의 자식 사랑은 남편의 아내 사랑에 달려있다」는 구절이 있다. 고전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에서는 자녀교육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잘못된 사고가 널리 퍼져 있다. 자식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치맛바람도 불사하는 어머니들이 많다.
정신의학분야에서도 한때 오해가 있어서 아이가 정신병에 걸리면 어머니가 잘못 키운 탓으로 보기도 했다.
요즘에는 잘못된 자녀교육은 남편의 정신건강이 잘못된 탓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아내를 사랑할줄 모르는 남편으로 인해 불행해진 어머니들이 자녀교육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인정받고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아내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남편으로 인해 상처받고 외로움을 느낄 때 정신적 외로움을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자식을 택한다. 자식에게 사랑을 받고자 병든 사랑을 자녀에게 주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자라난 아이들에게 불안신경증이나 우울증 약물중독 등의 문제가 많이 생긴다.
한쪽은 불을 때는데 다른 한쪽이 찬물을 끼얹으면 결코 물이 뜨거워질 수 없다. 원만한 부부관계뿐만 아니라 올바른 자녀교육을 위해서도 남자들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정신신경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