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33)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39분


제7화 사랑의 신비〈19〉 그러자 새는 푸드득 날아오르더니 파리자드의 귀에 꽂힌 털실을 부리로 물어 뽑아내었다. 처음에 파리자드는 깜짝 놀랐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이제 보이지 않는 것의 목소리는 모두 잠잠해지고 산 위에는 거대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녀는 다른 쪽 귀에 박혀 있던 털실마저 뽑아내었다. 그러자 그 위대한 침묵의 한복판에서 말하는 새의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샘물처럼 솟아올랐다. 새는 노래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파리자드, 파리자드, 장미의 미소 파리자드, 어떻게 내가 바랄 수 있을까? 밤이여, 눈이여, 어떻게 그대로부터 벗어나길 바랄 수 있을까? 오오, 밤이여, 아아, 눈이여, 나는 알고 있네, 나는 알고 있네, 그대보다 더, 그대보다 더, 그대가 누구인지, 그대가 누구인지. 눈이여! 눈이여! 눈이여! 나는 그대의 노예, 충실한 노예! 말하는 새의 그 청아한 노래소리를 들은 파리자드는 너무나 황홀하여 지금껏 겪은 고통과 피로를 한꺼번에 잊어버렸다. 『불불 엘 하자르, 이 귀여운 새야, 네가 정말 나의 노예라면 그걸 증명해보아라』 그러자 말하는 새는 노래로 대답하였다. 파리자드여, 파리자드여, 명령만 내리소서, 명령만 내리소서. 당신의 말씀을 들으면, 들으면, 저는 복종할 뿐이랍니다. 그래서 파리자드는 명령하였다. 『그렇다면 우선 노래하는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다오』 그러자 불불 엘 하자르는 노래하듯이 대답하였다. 『돌아보세요, 돌아보세요, 이 산의 반대쪽 기슭을 돌아보세요』 그래서 파리자드는 자신이 올라온 산 뒤편 기슭을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산 중턱 쯤에 떡갈나무처럼 생긴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파리자드는 그 나무를 향하여 달려갔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파리자드는 이것이 과연 노래하는 나무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페르시아의 미풍도, 인도의 비파에도 견줄 수 없는 감미로운 악기 소리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모든 나뭇가지들이 서로 다른 악기 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그 소리들이 어울려 하나의 거대한 음악의 흐름을 이루고 있었다. 파리자드는 너무나 황홀하여 그 나무 앞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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