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각 저생각]이다 도시/프랑스영화

  • 입력 1997년 3월 21일 08시 15분


『프랑스영화 좋아하세요?』 이렇게 물어보면 프랑스영화를 정말로 좋아하는 한국사람들이 얼마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한국에 와서 지난 4년동안 연세대 불문과와 연세어학당에서 불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그때 가끔 학생들에게 프랑스영화를 몇편 보여주었는데 학생들의 반응은 내가 기대한 것과는 너무나 먼 것이었다. 학생들은 정말 따분해 했고 영화를 보는 동안 몇명은 자주 자곤했다. 사실 우리 남편(한국인)조차 역사에 관한 영화나 뤽 베송감독의 영화를 제외하면 프랑스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랑스영화를 보면 하나도 웃고 싶지 않고 심심하고 끝을 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할리우드영화와 비교하면 프랑스영화는 스타일이 아주 다르다. 효과나 기법보다 영화의 이야기 그 자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영화는 「멋진 영웅 한 사람, 사건 하나,예쁜 여자 한 사람, 나쁜 사람 몇명, 시작, 해결, 끝」 이렇게 항상 똑같은 식이다. 그냥 보면 된다. 바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사회에서 이런 영화도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프랑스영화는 대개 영화감독이 관람하는 사람의 참여를 원한다. 그래서 영화의 끝은 관람자들이 자기의 느낌대로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다. 같은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각각 다른 소감으로 이야기를 한다. 요즘 한국의 영화들도 미국영화와 비슷한 스타일로 만들어지고 있는 듯하다. 한국이 좋아서 사는 나에게는 한국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소재를 가지고 탄탄한 시나리오로 영화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많은 한국영화들 중에서도 보고 감동을 받은 좋은 영화가 한 두개가 아니지만 반면 한국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이야기」 그 자체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좀 빈약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영화는 문화에서도 예술에 속한다. 강조되어야 할 점이 기본적으로 예술적인 면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한국영화에 의외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영화는 한국을 바라보는 아주 커다란 창이다. 이다 도시(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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