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29)

  • 입력 1997년 3월 18일 07시 59분


제7화 사랑의 신비〈15〉 파리자드는 작은 오빠 파루즈 왕자의 가슴에 쓰러지면서 외쳤다. 『오, 오빠! 세상에 나보다 더 나쁜 여자가 또 있을 까요? 그 좋은 오빠를 떠나보내고 말다니! 낯선 이국 땅에서 오빠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렇게 외치며 파리자드는 흐느껴 울었다. 그러자 파루즈 왕자가 말했다. 『얘야, 대체 무슨 일인지 좀더 차분하게 말해 보아라』 그리하여 파리자드는 큰오빠가 두고간 그 빨갛게 녹슨 칼을 꺼내보였다. 그걸 보자 파루즈 또한 자못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오빠! 이 일을 어쩌면 좋죠?』 파리자드는 고통에 찬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이번에는 내가 떠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서 형님을 찾고 세 가지 보물도 가져오겠다』 『안돼요, 안돼요! 제발 부탁이니 가지 말아 주세요. 작은 오빠마저 제 곁을 떠나면 제 가슴은 찢어질 거예요. 오빠들이 없으면 보물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까짓 걸 찾느라고 작은오빠마저 사고를 당하는 날이면 저는 죄책감으로 미쳐버리고 말 거예요』 파리자드는 파루즈에게 눈물로써 애원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눈물도 오빠의 결심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얘야, 형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한데 동생인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니? 나마저 죽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알라의 뜻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말한 파루즈 왕자는 말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누이동생에게 진주로 된 염주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사랑하는 누이동생아, 내가 없는 동안 이 염주를 잘 간직하여라. 내가 없는 동안 이것은 내가 처해 있는 형편을 말해 줄 테니까 말이다. 내가 아무 탈없이 잘 있으면 이 염주는 다른 염주나 마찬가지로 손가락 밑에서 잘 굴러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어떤 재난이 닥치면 진주 구슬들은 흡사 달라붙어버린 것처럼 구르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더 이상 나를 기다리지 말아라. 그러나 그런 일이 없도록 알라께 기도하자』 파리자드는 슬픔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오, 알라시여! 아무쪼록 그런 일이 없도록 오빠를 도와주소서! 그리고 큰 오빠와 함께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보살펴주소서!』 파루즈 왕자는 울면서 따라나오는 동생을 뒤로 한 채 인도를 향하여 출발했다. 그는 형님에 대한 근심과 누이동생에 대한 걱정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안고 밤낮없이 말을 달렸다. 그러다가 스무하루째가 되는 날 마침내 나무 밑에 앉아 있는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이야말로 스무하루 전에 파리드 왕자가 만났던 바로 그 노인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 한 사람의 젊은이가 오는군』 나무 밑의 노인은 파루즈 왕자를 보자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그걸 보자 파루즈는 이 노인이야말로 형의 행방과 세 가지 보물이 있는 곳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하여 그는 말에서 내려 노인에게로 다가갔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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