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요일과 일요일 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고 있는 SBS의 「임꺽정」과 KBS 1TV의 「용의 눈물」이 인기다. 「임꺽정」은 洪命憙(홍명희)의 원작에 비교적 충실하게 접근해 조선왕조시대 고통받던 민초들의 한과 아픔을 스케일 크게 그리고 있고, 「용의 눈물」은 조선왕조 건국기 권력엘리트들의 암투를 긴장감있게 재현해 시청자들의 채널선택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평론가 白鐵(백철)은 역사소설가로서의 李光洙(이광수)와 金東仁(김동인)을 비교, 이광수는 사실(史實)에 충실하고 김동인은 사실의 현대적 해석을 더 강조했다고 평했다. 역사학자 李基東(이기동)교수는 창간 10주년을 맞는 「한국사 시민강좌」 20집에서 역사소설과 사극의 허구적 상상력이 갖는 생동감에 대해 역사학자로서의 「은근한 기대와 두려움」을 표명했다
▼「임꺽정」과 「용의 눈물」은 일부 역사적 사실을 극화(劇化)한 것이지 역사사실 자체를 객관적으로 진술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은 TV드라마에서 극화한 허구까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의 해석은 작가의 몫이라고 하겠으나 사실의 조작이나 추리는 역사교육에 본의 아닌 해를 끼친다. 역사드라마에 세심한 고증(考證)을 요청하는 것은 그런 함정 때문이다
▼임꺽정이 어린이들의 영웅이 되고 李芳遠(이방원)과 鄭道傳(정도전)의 권력투쟁이 조선 건국기의 전체 역사상(像)으로 부각되는 것은 위험하다. 「임꺽정」과 「용의 눈물」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TV드라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韓永愚(한영우)교수가 최근 「다시 찾는 우리 역사」라는 통사(通史)를 펴내면서 역사가 일반인들로부터 멀어진 것은 권위있는 학자들이 읽기 쉬운 역사책 쓰기를 피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음미할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