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적지 않은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대개는 직장이나 자기 일과 연관된 것이라서 식사를 하면서도 적당히 긴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한달에 한번 유일하게 심리적 부담을 갖지 않아도 좋은 모임이 있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국민학교 동창모임만큼은 어떤 이해타산도 없이 만나면 즐겁고 바빠서 못나가면 또 그뿐인, 어릴 적 친구들과의 순수한 만남이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자리하고 있는 재동초등학교 63회 동창들. 지금은 서른명남짓의 연락 닿는 친구들이 모이고 있는데 그 시작은 93년 여름이었다.
미국에 가있던 친구가 잠깐 서울에 들렀던 것이 계기가 되어 나까지 세명의 여자친구가 만났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 얘기가 나와 『이러지 말고 한번 모여보자, 동창회 만들어보자구』라고 장난처럼 했던 말이 실천에 옮겨져 이제는 제법 규모가 갖춰졌다. 재작년 재동초등학교 개교1백주년기념 행사때도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아빠 엄마가 됐든, 직장에서의 위치가 어떻든 우리는 그저 『아무개야』하고 이름을 부르며 삼십년전 코흘리개들이 된다.
『부인이 뭐라고 안 그러든?』 『남편이 나가도 괜찮대?』하며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 나가는 게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서로 묻기도 했고 배우자로부터 『웬 초등학교 동창?』하며 비아냥거림을 받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자기들도 한번 모여보라고 그래』
올해 나이 꽉 찬 사십의 어릴적 친구들. 지난번 만남엔 조촐하게 열명쯤 모였던 터라 패가 나뉘지 않고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사십 되니까 어떠셔들?』
난 아직 서른아홉이라는 토를 달고 물어보았다
『나이가 무섭다, 무서워』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대답하는 친구부터 허무감과 상실감뿐이라는 친구, 마치 초등학교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난 몰라, 내 나이 몰라, 아무 것도 모르고 싶어』 하는 친구까지 다양했다.
『마흔살을 위하여』
우리는 술잔을 들었다.
젊음은 이제 갔는가. 아니 지금부터 시작이다. 늙어도 내 이름 불러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기에, 이제껏 먹은 나이에 체하지 않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했던가. 환갑이 넘어도 마음만은 무지개빛 동심을 가득 담고 『우린 아직 어려』라고 말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거다.
차명옥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