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시험용 컴퓨터, 팔자 사나운「시한부 신제품」

  • 입력 1997년 3월 11일 08시 35분


[김승환기자] 신제품이면서도 한달여 만에 폐기처분되는 PC가 있다. 바로 시험용 컴퓨터다. 시베리아의 한겨울보다 추운 영하 32도의 혹한을 견뎌낸다. 열사의 사막만큼 뜨거운 70도의 더위도 90시간이상 참아야 한다. 트럭에 실려 덜커덩거리는 시골길을 달리는 것과 같은 진동시험도 거치고 1m이상의 높이에서 떨어지기를 수십번 한다. 삼성 삼보 LG 현대 대우 등 5대 PC업체들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마다 시험용 PC를 뽑아 수백 가지의 성능시험을 한다. 삼성이 8백50여 가지로 가장 많으며 다른 기업도 4백∼5백여가지의 테스트를 한 후에야 시장에 내놓는다. 시험용으로 쓰이고 버려지는 PC만도 회사별로 한해에 5백∼1천여대. 금액으론 5억∼10억원어치의 PC가 시험을 끝낸 후 폐기 처분된다.하나의 신제품이 나오면 평균 1백대중 1대가 시험용으로 뽑힌다. 시험용으로 선발된 PC는 우선 각 조별로 나눠진 뒤 신체검사를 받는다. 정전기시험 전자파시험 등 각종 정밀측정시험이 바로 PC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신체검사에 해당된다. 다음은 PC가 가장 견디기 힘든 조건을 참아내야 하는 환경시험. 최저 영하 32도에서 최고 영상 70도까지 온도 변화를 준다. 냉탕과 온탕에 번갈아 몸을 담그듯 추위와 더위사이를 수백번 오가도 PC의 성능에는 이상이 없어야 한다. 유통시험은 PC가 공장에서 나와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겪게 되는 일들을 모의 시험하는 것. 우선 각각 다른 높이에서 10가지 형태로 떨어뜨려본다.비좁은 트럭위에서 수십 시간을 흔들거리는 진동시험도 거친다. PC를 사는 목적은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해서다. PC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문제. 여러가지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해 놓고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한다. 평균 2백∼3백여가지 프로그램이 PC와 궁합을 맞춰본다. 갖은 고통과 엄격한 시험을 통과하며 생명을 부지해온 PC는 테스트가 끝난 즉시 폐차처럼 잘게 부서져 PC로서의 짧은 생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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