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무리 내각 실무위주로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3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오늘 대국민담화 발표후 착수할 여권(與圈)진용의 대폭개편 내용에 따라 남은 임기1년의 성패가 갈리게 된다. 우리는 지금 너무 일찍 찾아온 정권피로증과 여권의 무기력증으로 국정이 흔들리고 민심이 등을 돌린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다. 경제는 한없이 추락해 민생이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누구도 책임있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대구 연쇄살인사건 등 치안부재, 안보불안 등도 비슷한 양상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한보사태라는 권력형 부정부패가 돌출했기 때문이라고만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족벌주의 연고주의 등 정실에 치우쳐 인사를 그르친 결과가 엄청난 비리를 가능케 했고 이로 인한 무사안일과 냉소주의 확산이 사회기강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 총체적 위기를 벗어나려면 지금의 당정(黨政) 사람들로는 안된다. 단순히 국면전환용 새판짜기여서도 곤란하다. 특히 내각은 정치에서 초연해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을 보며 일하는 직업관료 등 중립적 정책 전문가로 일신해야 한다. 김대통령의 남은 임기1년은 짧지만 더없이 길 수도 있다. 잘 나가던 경제가 불과 지난 1년 동안에 곤두박질쳤다. 그런대로 국민의 신임을 받았던 정부도 1년간의 실정(失政)이 너무 커 지지를 잃었다. 그렇다면 남은 1년은 떨어진 국민 믿음을 회복하고 경제를 되살리며 정권과 상관없이 안정된 나라를 만들어 놓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첫 과제는 그야말로 국민이 믿고 함께 일하며 임기말을 제대로 마무리할 수 있는 인사들로 정부의 면모를 바꾸는 일이다. 새 내각은 정치색 지역색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대선을 의식해서도 안된다. 능력과 경험 소신으로 행정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흔들리는 관료사회를 다잡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전면배치해야 한다. 과거처럼 경험 없고 능력도 검증받지 않은 인물을 내세워 정치내각 정치장관이란 비난을 들어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흐트러진 민심을 추스를 길이 없다. 대통령 임기말의 레임덕 현상이 너무 일찍 찾아온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건 기업이건 개인이건 모두 의욕을 잃고 표류하는 듯한 지금의 현상을 그대로 놔두면 더 큰 불행에 직면한다. 김대통령은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을 스스로의 책임으로 통감해야 한다. 인사를 그르치고 측근들의 비리를 단속하지 못해 국민 신뢰를 잃고 국정장악력이 떨어졌다. 이제는 올바른 행정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위주의 내각을 짜 경제 민생 안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은 오늘 김대통령의 담화발표후 국정운영이 어떻게 새로워질지를 주시할 것이다. 진정 마음을 비우고 남은 1년을 오로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면 내각개편을 위시한 인사부터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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