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유대강화 절실하다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매우 중요한 시기에 미국 클린턴대통령의 제2기 행정부 외교책임자인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한국을 찾아왔다. 올브라이트장관은 일본과 중국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3국순방에 쏠리는 관심은 비상하다. 특히 지금은 韓美(한미)동맹관계의 재확인과 그를 통한 공조체제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다. 작금 한반도와 그 주변정세는 더없이 긴박하고 유동적이다. 대형 사건이 겹치면서 긴장과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국내적으로는 한보사태로 정신들이 없는 가운데 북한 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의 망명과 중국 실권자 鄧小平(등소평)사망이 충격을 더해준다. 앞으로 남북한관계는 어찌 될 것이며 北―美(북―미)관계 또한 어떤 형태로 진행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한미양국은 각각 국제기구를 통한 6백만달러와 1천만달러어치의 대북(對北) 식량지원계획을 발표했다. 북한 유인책으로 비치기는 하지만 이로써 북한은 그들 말대로라면 2주일내 한반도 4자회담 설명회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한이 과연 황씨 망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지, 이를 이용해서 식량만 챙기고 설명회에는 형식적으로 한번만 참석하고 말지, 아니면 4자회담까지 응하고 나올지, 그 어느 것도 분명치 않다. 남북한은 올해 모두 중요한 정치적 격변이 예상되는 한해를 맞고 있다. 올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둔 남한의 경우 국내 정치적 혼란은 물론 외교적으로도 시련과 도전의 연속일 것이다. 金正日(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앞두고 식량난과 체제불안을 겪고 있는 북한 또한 정무원 姜成山(강성산)총리의 해임설이 나오는 등 심상치않다. 거기에다 등사망이후 카리스마없는 江澤民(강택민)체제가 북한에 어떤 영향력을 어떻게 미칠지 그것도 미지수다. 물론 식량난과 체제불안에 허덕이는 북한을 잘 다독거려 연착륙(軟着陸)시키고 모험주의적 도발을 억지하자는 데는 한미양국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적인 유인책만이 근본대책일 수는 없다. 제네바 핵협상도 그렇고 식량지원문제도 그렇지만 두 나라는 매번 북한에 끌려다니며 단계별로 유인책을 쓰고 있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그러고도 긴장은 안풀리고 돈과 시간만 낭비한다면 허망하다. 이 시점에서 한미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지지 못한다면 한미간은 물론 남북한간의 마찰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황씨 망명사건이 북―미간 대화촉진과 남북간 긴장완화의 계기가 될지, 안보위기를 몰아오는 악재일지 예측하기가 어렵고 보면 당장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큰 걱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양국의 공동보조가 긴요함을 절감하게 된다. 한미동맹관계의 강화야 말로 우리외교의 기본임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올브라이트장관의 이번 방한에 거는 기대는 크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