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졸업하는 딸에게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0분


철부지같이 마냥 어리기만 하던 네가 어느새 중학교 졸업을 맞이했구나. 엄마의 손을 잡고 교문에 들어설 때 낯설기만 하던 주위 환경에 어쩔줄 몰라하며 시작된 초등학교 생활과 중학교 생활을 모두 건강하게 보내고 졸업식을 맞이하게 되었으니 오늘이 있기까지 너를 키워주신 하나님과 선생님께 아빠로서 감사드린다. 1천여명의 재학생과 5백여명의 졸업생 그리고 운동장을 가득메운 학부모가 참석한 졸업식장.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졸업이 있기까지 폭염과 혹한을 무릅쓰고 제자를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으셨던 선생님과 이른 새벽부터 늦은밤까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공부한 졸업생 모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구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엄마의 자상한 보살핌이 있었으나 엄마가 직업전선에 나선 뒤에는 너만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으며 아빠 역시 너를 보살핌에는 영점에 가까웠음을 고백한다. 너를 위해 무엇하나 제대로 해준 것도 없는데 그 모든 어려움을 용케도 극복하고 기쁘고 자랑스런 영광의 졸업식을 맞이한 것을 보니 한없이 고마울 뿐이다. 더구나 수많은 졸업생 중에서 시상대에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주어 무엇보다 기쁘다. 3년 개근상과 우등상을 비롯하여 여러개의 상을 받으니 너의 모습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울 뿐이다. 문득 주자십회훈의 교훈중 하나인 「봄에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어 후회한다」는 말씀이 생각나는구나. 인생의 봄인 학창시절에 부지런히 배움의 씨앗을 뿌려야 인생의 여름인 청장년 시절에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의 졸업이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짐을 알고 모교의 선생님과 선배님 그리고 후배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되기 바란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어주었으면 하는 욕심이구나. 그러나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진인사 대천명」이란 말처럼 주어지는 하루 하루에 대해 최선을 다하기만을 바란다. 박경림(경기 양주군 장흥면 삼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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