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장기이식 앞길『막막』…기증자 태부족-의대생 기피

  • 입력 1997년 2월 18일 20시 10분


[나성엽기자]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미래가 어둡다. 말기 심부전이나 신부전 간경화증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인 장기이식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장기기증자가 부족하고 기증된 장기가 생겨도 빠른 시간에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는 체제가 없어 많은 환자들이 생명연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또 의대생들이 외과를 「3D업종」으로 기피해 실력있는 의사들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국내에는 지난 69년 가톨릭의대에서 콩팥이식수술을 처음 성공한 이래 지난 28년간 40여개 병원에서 간 췌장 콩팥 심장 폐 등 5개 장기에 대해 모두 6천9백여건의 장기이식수술이 이뤄졌다. 그러나 생존에 큰 지장이 없고 이식수술이 일반화된 콩팥이식을 제외한 나머지 장기이식수술은 1백90여건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매년 심장이식이 3천5백여건, 간이식이 3천여건 시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통계적으로 의미를 찾기 적은 숫자다. 그나마 그것도 40% 이상이 서울중앙병원 한 곳에서 이뤄져 병원이나 의사별로 시술경험에 큰 차이가 난다. 먼저 이식할 장기가 절대 부족하다. 수술만 하면 살 수 있는데도 기증자가 없어 많은 환자들이 생명연장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서울중앙병원의 경우 병상에서 장기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환자만 간 40여명, 폐 10여명, 콩팥 2백50여명, 심장 20여명 등 모두 3백30여명.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 하희선씨는 『이들중 3분의 2 이상은 기증자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뇌사를 법으로 규정하고 전국 규모의 장기운영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작업도 시급하다. 그러나 「체제」가 갖춰져도 실력있는 의사가 없어 상황이 나아질 게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장기이식이 활발히 이뤄지려면 고난도 수술을 할 수 있는 유능한 의사가 확보돼야 하는데 의대생들이 외과를 「3D업종」으로 기피하고 있다는 것. H의대 김모교수(가정의학과)는 『닭(제도)이 먼저냐 달걀(인력)이 먼저냐를 놓고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의료보험수가나 의료사고 관련 법제도가 특히 외과의사에게 불리하게 돼있어 신세대의대생들이 일반외과나 흉부외과를 기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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