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여성 성폭력 대처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 피해사실 신고 않고 쉬쉬… 범죄 근절 어려워 ▼ 어쩌다 우리 사회가 성폭력의 천국이 됐는가. 인간같지 않은 남성들이 있기에 이 지경에 이르렀겠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도 문제는 많다. 왜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쉬쉬 덮으려고만 하는가. 혼자 속으로만 앓는다고 뭐가 고쳐지겠는가. 못된 남성들의 잘못된 용기만 북돋워줄 뿐이다. 남녀가 평등하고 서로 존중할 때 사회는 바로선다. 이런 사회를 이루자면 여성들도 보다 당당해야 한다. 성은 남녀 모두에게 똑같이 소중한 권리다. 성폭력도 일반폭력과 다를게 없다. 왜 빼앗겼다거나 더럽혀졌다고들 생각하는가.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인식이 앞서야 한다. 상처는 숨길수록 더 곪고 끝내 돌이킬 수 없으면 터지게 마련이다. 가해자는 멀쩡히 잘 사는데 피해자가 왜 숨어 지내야 하는가. 그래서야 백년 천년이 가도 달라질게 없다. 언제까지 감추고 피하기만 할텐가. 더이상 소극적으로 살지는 말자. 이렇게 터지나 저렇게 터지나 결국은 마찬가지 아닌가. 이제라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의사표현도 단호하게 하자. 피해사실을 숨겨서는 더욱 안된다. 범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발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성폭력 없는 진정한 천국에서 살 수 있다. (유니텔ID·이렇게도·cool75) ▼ 소문나면 엄청난 치욕-고통… 누가 나서겠나 ▼ 『목소리를 높여라』 『적극 대응해야 한다』 바람직한 얘기다. 하지만 현실을 무시한 입에 발린 소리에 불과하다. 인생을 깡그리 담보잡힐 수야 없지 않은가. 멀쩡한 처녀가 성폭행을 당해도 아무 일 없었다고 우기는 이유가 뭐겠는가. 「순결을 잃으면 인생 종친다」는 뿌리 깊은 인식 때문이다. 남의 얘기라고 억장 무너지는 소리일랑 하지 말자. 성폭행 당한 여성이 사회에서 어떤 손가락질을 받는지 생각해보라. 소문이라도 퍼지면 심각한 「제2의 폭행」에 고통받아야 한다. 비수처럼 파고드는 의혹의 눈초리들. 혀를 끌끌 차며 냉소하는 이웃들. 『어떻게 처신했기에』 『평소 꼬락서니 보고 알만했어』 『당해도 싸지』 쏟아지는 구설수는 어찌 감당하나. 차라리 똥 밟은 셈 치는게 속편하다. 『경찰에 신고하라』 말이야 쉽다. 하지만 뒤이어 받게 될 치욕과 고통을 생각해 보라. 끔찍한 순간들을 경찰과 법정에서 몇번이고 되뇌어야 한다. 몇차례나 더 「성폭행」에 시달리라는 말인가. 여성이 소극적인 게 아니다. 주변환경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게 아닌가. 당당한 대처란 사회인식이 바뀌고 제대로 보호받을 법제도가 갖춰진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유니텔ID·jyh4968·moon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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