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한영씨 피격 충격

탈북 귀순자 李韓永(이한영)씨가 한밤중 괴한들의 총격을 받은 사건은 엄청난 충격이다. 이씨는 지난해 북한 金正日(김정일)의 전처 成蕙琳(성혜림)이 서방 망명을 시도했을 때 김정일의 사생활을 공개한 성혜림의 조카다. 북한 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씨가 망명하자 북한이 남한에 대한 보복을 공언하고 국내적으로도 한보사건 등으로 정치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일어난 피격사건이어서 그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씨는 북한의 남한내 고정간첩이나 특수훈련을 받은 북한 공작원에 의해 저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공안당국의 판단이다. 이씨는 의식을 잃기 직전 『간첩, 간첩』이라고 말했으며 피격현장에서는 북한 간첩들이 많이 쓰는 권총탄피 2개가 발견되었다. 권총에 소음기를 장착한 것도 그렇고 범행수법도 기민했다. 이같은 추정대로 이씨 피격사건이 북한에 의한 보복테러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무엇보다 황씨 망명이후 북한이 공언해온 보복이 실제로, 그것도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수도권 주택가에서 버젓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은 예삿일이 아니다. 남한 깊숙한 곳에 북의 간첩이 침투해 있다던 황씨의 망명직후 발언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가. 첫째, 이것은 한국정부에 대한 위협이자 협박성 신호다. 황씨가 서울로 오게 된다면 국내에 있는 북한 귀순동포나 정부요인 해외동포 등에게 또 이런 테러가 확대될 수 있음을 알리는 협박이자 황씨에 대해서도 서울이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경고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둘째, 이번 사건은 김정일의 생일을 앞두고 황씨 망명사건이 일어나자 또다른 고위층의 망명가능성에 초조한 나머지 북한내 고위인사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당장 급한 것은 범인들을 검거하는 일이다. 범인들의 조기검거에 전력을 기울여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들의 신고와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제2의 테러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국내 요인과 주요시설, 탈북 귀순자 등에 대한 경비와 밀착경호가 필요하다. 아울러 해외공관이나 해외상사 주재원, 유학생, 교민들에 대한 테러방지 비상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중국지역 교민들의 안전에 유의해야 하며 해외여행자의 신변안전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국을 왕래하는 항공기와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 강화로 또다른 테러범의 국내잠입을 차단하고 해안과 휴전선의 경계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사건이 북의 보복테러로 확인되면 강력한 대북(對北) 경고와 대응조치가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