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99)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89〉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넷째 형에 대하여 아야기했다. 『한편, 궁으로 돌아간 왕은 호위병들에게 방금 궁을 나갔다가 만난 그 애꾸눈이를 체포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러자 호위병들은 형을 붙잡아 죽도록 두들겨패 거의 반죽음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형은 무슨 까닭으로 자신이 그런 끔찍한 변을 당해야 하는지 통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까닭을 말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형은 보기에도 무참한 꼴을 해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형은 궁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을 찾아가 자신이 당한 일을 죄다 이야기하고 자신이 그런 끔찍한 변을 당한 까닭에 대하여 물어보았습니다. 형의 이야기를 듣고난 사내는 안됐다는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면서 말했습니다. 「여보, 노형. 그게 모두 당신이 애꾸눈이기 때문이랍니다. 우리 임금님은 말요, 애꾸눈이를 아주 불길하게 생각한답니다. 특히 당신처럼 오른쪽 눈이 없는 사람은 아주 질색이랍니다. 그런 자가 임금님 눈에 띄기만 하면 만사가 끝장이지요」 이 말을 들은 형은 그 도시를 도망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시 정처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면서 형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바그다드의 그 수염이 긴 노인을 새삼 떠올렸습니다. 그 노인이 하필이면 형의 오른쪽 눈알을 뽑아버렸기 때문에 이런 끔찍한 재난을 당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 요사스런 노인이 증오스럽기만 했습니다. 다시 낯선 어느 도시에 도착한 형은 거기서 오랫동안 숨어지내듯이 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칫 밖으로 나갔다가 또 어떤 불행을 겪게 될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몹시도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불행들을 생각하고 새삼 마음이 울적해진 형은 외출이라도 하여 시름을 풀어볼 양으로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렇게 걷고 있으려니까 등 뒤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오, 알라의 심판이 내렸구나!」 말발굽 소리에 놀란 형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숨을 곳을 찾기 위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러나 마땅히 몸을 숨길만한 곳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언뜻 눈에 띈 것은 닫혀 있는 어느 집 대문이었습니다. 형은 죽을 힘을 다하여 그 문을 떼밀었습니다. 다행히도 문은 열렸습니다. 거듭되는 재앙으로 모든 것을 잃고 갖은 고생을 한 터라 형은 벌레처럼 겁이 많은 사람으로 변해 있었던 것입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긴 복도가 있었으므로 형은 거기에 몸을 숨겼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의 건장한 사내가 형에게 달려들며 소리쳤습니다. 「이거 참 고맙군. 알라의 덕택에 네놈이 우리 손에 걸려들었구나. 이 원수놈아! 지난 사흘 동안 네놈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어. 정말 이놈 때문에 죽을 뻔했단 말야」 「여보시오, 대체 어떻게 된 거요?」 형이 물었습니다. 형의 물음에 대해서는 대답도 하지 않고 두 사내는 우선 형의 두 팔을 뒤로 꺾어 묶어버렸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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