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 결혼한 전업주부다. 첫아이를 출산하기 전 반지하 전세방을 벗어나기 위해 몇백만원이라도 융자를 얻을까 해서 은행문을 두드려봤다. 그동안 얼마간의 거래를 하고 있던 은행들을 찾아갔지만 한결같이 대출요건이 까다로워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각 은행들은 자기 소유의 부동산이 있거나 확실한 직장에 다닌다거나 적금을 불입하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었다. 대출금액 또한 직장의 상장여부와 직급, 적금의 불입액과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한다. 게다가 적금에 들어 있다 하더라도 자격있는 보증인을 2명이나 세우라고 하니 돈을 빌려쓰기란 그림의 떡과 같았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함인데 폐를 끼치며 보증인을 세우란 말인가. 부동산 담보능력도 직장도 없는 전업주부로서 대출을 받기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연일 매스컴에 떠들썩하게 오르내리고 있는 한보사태의 경우 시가 2백억원의 땅을 담보로 시중은행들이 그 땅의 30배가 넘는 금액을 무려 27차례나 중복 대출해주었다고 하니 은행이 정해 놓은 대출요건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정현숙(인천 계양구 작전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