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탕은 뜨거운 공기나 증기를 먼저 쐬고 마사지를 한 후 마지막으로 냉수욕이나 샤워를 하는 식의 중동에서 유래한 목욕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런 목욕법이 퇴폐화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51년 일본 도쿄 중심가에 있는 한 목욕탕이 칸막이 한증막을 만들면서 칸막이탕을 도루코탕이라고 부른데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성업중인 터키탕은 한국전쟁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다. 전국에 1백20여개 업소나 된다. 공중위생법에 명시된 여섯가지 목욕장 가운데 하나인 터키탕은 관광호텔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칸막이를 한데다 목욕보조원으로 마사지걸을 두다보니 매춘탕으로 전락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인지 모른다. 지난해 터키탕영업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꾼다고 해서 여성 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일었던 것도 당연하다
▼터키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터키탕과 같은 형태의 목욕장은 없다. 따라서 터키인들이 터키탕이라는 명칭에 모욕감을 느끼고 반발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일본은 지난 90년대초 터키탕의 명칭을 「소프랜드」(Soap Land)로 바꿨다. 11일 국무회의는 공중위생법시행령 3조에 명기된 터키탕이란 용어를 증기탕으로 고치기로 의결했다. 터키측의 끈질긴 항의도 있었지만 잘한 일이다. 아울러 증기탕을 건전한 목욕문화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50년대 한국전쟁을 전후해서 코리안 타임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30∼40분 늦게 나타난다든가 정해진 시간보다 40∼50분 늦게 일을 시작하는 것을 예사롭게 여긴 한국인들의 한심한 시간관념을 빗댄 말이었다. 지금 어느 외국에서 코리안 타임이란 말을 그런 의미로 쓴다면 우리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