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募CB 엇갈린 판결 『증시 혼란』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8분


[李熙城 기자] 법원이 최근 한화종합금융과 미도파의 사모(私募)전환사채(CB)발행에 대해 엇갈린 결정을 내림에 따라 증권시장에 큰 혼란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6일 한화종금이 발행한 사모CB의 효력을 인정한 반면 경영권방어 목적으로 사모CB발행을 준비중인 미도파에 대해서는 사모CB의 주식전환을 일정기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한화종금의 경우 『이미 사모CB를 발행한 만큼 거래의 안전성을 도모하기 위해 사모CB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미도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사모CB가 발행되지 않았으므로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발행은 할 수 있되 주주명부폐쇄일까지 주식으로 전환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한화종금건과 관련해서는 소수주주의 이익보다는 거래의 안전성을, 미도파건에 대해서는 거꾸로 소수주주의 권익을 강조한 셈이다. 이에따라 한화종금은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됐고 미도파는 낭패한 처지에 빠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주가면에선 한화종금주는 하한가로 떨어진 반면 미도파주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는 한화종금처럼 사전에 사모CB발행사실을 공표하지 않은채 은밀히 사모CB를 발행하는 상장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미도파의 경우처럼 발행준비사실이 미리 알려질 경우 주주들의 반발로 발행에 제약을 받게 되는 반면 한화종금처럼 살짝 발행하면 법원도 효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인해 기존 대주주들은 무제한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보한반면 소수주주들은 부실경영에 대항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소수주주들은 경영권방어를 위해 대주주가 발행한 사모CB로인한 주가하락으로 금전적인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무튼 법원이 사모CB의 효력을 인정함에따라 정부가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고 있는 합병인수(M&A)활성화정책은 상당한 제약을 받게됐다. 정부는 지난해 공정한 M&A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수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권거래법을 개정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번 판결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적대적인 M&A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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