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물은 이젠 값비싼 자원

  • 입력 1997년 2월 9일 20시 13분


▼악수를 하거나 자동차 문을 열 때 정전기가 일어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체질에 따라 유별나게 심한 사람이 있다지만 올 겨울에는 이런 일이 부쩍 심하다. 올 겨울에는 감기도 예년에 비해 심하다. 한번 걸렸다 하면 보통 한달 가까이 고생한다. 설 연휴에는 지방에서 두군데나 큰 산불이 났고 서울에서는 올 1월에만 하루 평균 22.8건씩 불이 나 22명이 숨졌다 ▼이런 모든 현상들은 공기가 건조하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얘기다. 흔히 이른봄이나 늦가을에 내려지는 건조주의보가 올 들어서는 벌써 1월 한달만 해도 전국 각지에 여러차례 내려졌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말까지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서울 62.3%, 부산 67.2%, 대구 67.7% 등 호남 일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평년의 70%수준에도 못미쳤다. 4년째 겨울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기근은 남부지방이 특히 심해서 이 지역 12개시군 17만7천여명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3∼5일에 한번씩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상수원 저수율도 크게 떨어져 한강수계 소양강댐 충주댐 저수율이 40%를 밑돌고 낙동강 금강 영산강수계 댐저수율도 겨우 40%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그렇게 큰 물난리를 치렀는데 겨울철 들어 때이른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강수량의 계절차가 심한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장기적인 물관리정책이 없는 한 계절적 물기근을 벗어나기 어렵다. 갈수기가 되면 생활용수뿐 아니라 공업용수의 제한이 불가피하고 수량이 줄면서 수질오염이 심화돼 예상치 못한 환경재앙을 맞기도 한다. 벌써 몇년째 이런 악순환을 거듭하면서도 각지에 저수댐 건설 등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 물을 아끼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물 확보가 앞서야 한다. 물은 이미 값비싼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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