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PC통신에선]힙합패션 논란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 넝마차림 꼴불견…남따라 하는게 개성인가 언제부턴가 거리의 중고생 옷차림이 똑같아졌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엉덩이에 엉거주춤 걸쳐놓은 벨트. 둘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헐렁헐렁한 바지통. 게다가 거리청소라도 하듯이 늘어뜨려 질질 끌고 다닌다. 이름하여 「힙합패션」이란다. 아무리 봐도 「넝마차림」일 뿐인데 거리마다 넘쳐흐를 정도로 유행이다. 마치 아빠 바지 걸치고 동생 티셔츠 끼워입은 꼴 아닌가. 그러고도 제딴에는 개성이라고 한단다. 누가 한다고 우르르 따라하는게 어찌 개성표현인가. 지독한 몰개성에다 패션으로 봐주기도 어렵다. 눈꼴사나운 거지차림에 불과하다. 바지를 빗자루로 사용하니 헤지고 더러운건 당연하다. 왜들 저러고 싶을까 생각하면 역겨울 뿐이다. 가수들이 힙합바지를 입는건 조명과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리를 온통 「영턱스」나 「태순이」들로 채운다면 우습지 않은가. 연예인들이 질질 끌고다니는 곳은 바닥이 깨끗한 무대다. 가래침이며 담뱃재가 널부러진 길거리와는 한참 다르다. 뭐가 좋다고 따라 입는가. 남이 멋있다고 나까지 폼나겠지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물론 옷차림 갖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에게 불쾌감을 주면서까지 입고 다닐 건 없지 않은가. (나우누리ID·양퀼른·회색느낌) ▼ 청소년의 유행 표현…못마땅해도 이해를 어느 세대든 통과의례처럼 거쳐가는 유행이 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못마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행이란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게 보통이다. 60년대 미니스커트가 첫선 보이던 때를 생각해보라. 『저것도 옷이라고 입고 다니냐』며 끌끌 혀를 차는 소리가 높았다. 나팔바지 디스코바지 쫄바지 역시 처음에는 난리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세대마다 그 시대의 유행을 낳는다. 힙합패션도 그렇게 봐주자. 지금의 중고생은 그런 헐렁한 차림을 편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의 다양성이란 이렇게 시작되는 법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모두가 하나같이 힙합을 입는 것도 아니다.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람이 어찌 똑같을 수 있는가.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인간도 있는 법. 제눈에 안경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힙합을 입으면 불량스러워 보인다는 주장도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옷차림까지 하나의 잣대로 재단하는 건 곤란하다. 가뜩이나 자유가 없는 아이들. 옷이라도 맘껏 입게 해주자. 어른이 되면 그나마도 못한다. 「단정 청결」을 외치며 획일성을 강요할 일은 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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