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79〉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둘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여자는 식사를 날라오라고 명령했고, 하인들의 부지런한 손길은 산해진미를 차려놓았습니다. 여자는 유쾌한 농담을 섞어가며 형에게 마음이 있는 듯한 눈치를 보이며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자 형은 어리석게도 그만 여자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형은 생각하기를 상대방 여자 또한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니 이제 곧 함께 재미를 보게 되려니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식사가 끝나자 술상이 차려졌습니다. 이어 달 같은 처녀 열명이 저마다 류트를 손에 들고 들어오더니 더 없이 아름답고 구슬픈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형은 여자의 손에서 받아든 술잔을 선 채로 마셨습니다. 이어 여자가 술잔을 비웠고, 그렇게 되자 형은 몹시 기분이 좋아져서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두 사람의 잔에는 다시 술이 채워졌고 형은 다시 한 잔을 쭉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여자는 느닷없이 형의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습니다.
처음에 형은 여자가 장난을 걸어오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했던 것이 그녀는 목덜미가 얼얼해질 지경으로 호되게 후려갈겼던 것입니다. 게다가 형을 때린 여자의 얼굴에는 장난을 즐기는 사람의 그 다소 짓궂은 표정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뜻하지 않은 일격에 형은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 하고 있으려니까 노파가 눈짓을 보내왔습니다. 잠자코 자리에 앉으라는 눈짓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형은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여자는 또 다시 형의 목덜미를 후려갈겼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도 모자랐던지 시녀들을 시켜 형을 때리게 했습니다. 그러자 우르르 시녀들이 달려들더니 저마다 형의 목덜미를 후려갈기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들에게 사정없이 두들겨맞으면서 형은 노파 쪽을 바라보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노파는 노파대로 연방 소리쳤습니다.
「이젠 그만, 그만들 하세요. 여보세요, 아씨들, 제발 부탁입니다」
그러나 여자들은 좀처럼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그녀들은 벌떼처럼 엉겨붙어 저마다 형을 후려갈겨댔습니다. 그렇게 구타를 해대자 아무리 남자라 할지라도 형은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형은 마침내 정신을 잃을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렇게 되자 여자들의 매서운 손길도 어느 정도 숙지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자들의 손길이 뜸해지자 형은 오줌이 마렵다는 핑계로 몸을 일으켜세우더니 방을 나왔습니다. 그러한 형의 뒤를 따라나온 노파가 말했습니다.
「조금만 더 참아요. 이제 곧 소원대로 해줄테니까」
그러나 형은 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요? 얼마나 맞았던지 정신을 잃을 지경이란 말요」
그러한 형을 향하여 노파는 달래듯이 말했습니다.
「여자가 술에 취하면 모든 것은 당신의 뜻대로 될 거요」듣고보니 그럴 듯도 했습니다. 게다가 맞은 것이 억울해서라도 그냥 돌아설 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글 : 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