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은인등 그리운 사람찾기」신드롬 확산

  • 입력 1997년 1월 26일 20시 03분


[金華盛기자] 『배 고팠던 시절 남몰래 누룽지를 한아름씩 안겨 줬던 대구 풍년식당의 넙죽이 아줌마를 찾습니다』 「그리운 사람, 보고 싶은 얼굴 찾기 신드롬」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신문 잡지 TV에서 불을 지핀 이 열기는 광고 시리즈, 음성정보전화 서비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찾기 중계전화」 700서비스(700―2479)는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등장한 신종 아이디어 업종. 삼창정보통신에서 개발한 이 시스템은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과 자기이름을 메모전화에 등록시켜 놓고 상대방이 똑같은 방법으로 찾을 때 만날 수 있는 「전화 복덕방」 같은 곳. 남성보다 주부 등 여성참여율이 높다. 젊은층은 첫사랑 상대나 짝꿍 등을 많이 찾고 중년층은 은인이나 스승 등을 많이 찾는다. 현재 25만명이 등록돼 있으며 95년 6월 개시이래 4천여명의 만남이 이뤄졌다는 게 배창수 사장의 설명. 5월에는 사람찾는 전문 월간지 「사람과 사람들」(가칭·032―438―6738)이 창간된다. 사장 이한구씨는 『1건당 한달 28만원씩 받아 내용을 실어주고 무료배포 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잡지 등에 실리는 스카치 위스키 윈저의 광고 「만나 뵙고 싶습니다」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방송인 이계진씨가 졸병이었던 시절 자기의 군화를 닦아 주었던 고참상병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만화가 이현세, 영화감독 배창호, 야구해설가 허구연씨 등의 애틋한 사연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광고 시리즈를 기획한 광고대행사 제이 월터 톰슨 코리아의 정동화부장은 『앞만 보고 달려 왔던 중년들이 어느날 문득 자기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을 기억해 내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돌이켜 보려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KBS1TV의 「TV는 사랑을 싣고」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선생님 은인 소꿉친구 등을 찾아내 만남을 주선하는 프로. KBS는 시청자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보통사람들의 만남프로를 따로 만들었다. 주부들상대 프로 「아침마당」의 「그 사람이 보고싶다」코너가 바로 그것. 시사주간지 뉴스플러스의 「그리운 얼굴」란도 이중 하나. 독자들로부터 수십년동안 고이 간직해 오던 사진을 받아 사연과 함께 소개함으로써 만남을 주선한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청 단위로 「스승 찾아주기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02―399―9330∼7)의 경우 하루 25건꼴로 문의가 들어 오고 있다. 사회학자들은 「그리운 사람찾기」가 여러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10여년전의 6.25 이산가족찾기 신드롬과는 달리 요즘엔 어느정도 생활의 여유를 찾은 중년층들이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에서 인정이 넘쳤던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라고 풀이한다. 또 사람찾기 TV프로가 인기를 끄는 것은 옛정을 그리워하는 중년층들이 대리만족을 찾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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