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함께 즐기기」 젊을때 연습하라

  • 입력 1997년 1월 21일 20시 13분


일산 신도시아파트에 사는 김씨 할아버지 부부는 함께 쇼핑도 가고 저녁식사후에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날씨가 따뜻하면 백화점이나 호수공원에 산책을 나가 사람구경도 하고 포장마차에서 우동을 사먹기도 한다. 자식이나 친척들의 방문도 즐거운 일이지만 한동안 찾아오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는다. 이웃 장씨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케이블TV앞에서 보낸다. 할머니는 일상적인 시중을 들기는 하지만 함께 하는 대화나 활동은 거의 없다. 하루하루가 무료한 장씨 부부에게는 자녀들이 찾아오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자식들이 조금만 무심하면 몹시 섭섭해한다. 결혼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노년기의 부부는 서로에게 덤덤하고 무관심하며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관계로 지내리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노부부도 젊은이 못지 않은 애정을 갖기도 하고 극심한 갈등으로 이혼에 이르기도 한다. 노년기 부부관계는 오랜 기간 만들고 다듬어온 부부생활의 패턴에 의해 결정된다. 젊은 날에는 부부의 역할도 다르고 생활의 영역도 일치하지 않으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배우자의 중요성을 잊기 쉽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역할도 적어지며 자식들도 떠나고 접촉하는 사람도 드물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배우자 뿐이다. 부부간의 즐거운 노후생활을 위해 젊은날에 부부가 함께하는 생활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가야 한다. 최 혜 경<이화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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