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보행자사고]정지선 5m앞에 멈춰야 안전

  • 입력 1997년 1월 20일 20시 13분


「특별취재팀〓千光巖 기자」 지난 15일 오후 6시40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 횡단보도. 누가 봐도 교통질서가 잘 지켜질 것으로 생각되는 경찰청앞이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오면서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절반도 건너지 않았는데 독립문 방향으로 진행중이던 빨간 지프 한대가 정지선을 무시한채 횡단보도에 삐죽이 앞머리를 내밀었다. 교통경찰관이 도로 한가운데 서있었지만 아예 의식하지 않은듯한 모습이었다. 조금후 또다시 보행신호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서울역방향으로 달리던 회색 엑셀승용차가 횡단보도를 절반가량 차지하며 정지했다. 6시 44분을 넘기면서 교통량이 크게 많아졌다. 보행신호가 들어오자 서울역 방향으로 가던 흰색 그랜저 승용차가 정지선을 2m 이상 넘어 정지했다. 버스 한대가 횡단보도를 반쯤 점거하며 멈췄다. 반대편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가던 승합차가 횡단보도에 앞머리를 들이밀었다. 이 차는 보행신호가 바뀌지도 않았는데 교통경찰관이 다른 쪽을 보고 있는 사이 그대로 달려 나갔다. 이번엔 독립문 방향으로 진행중이던 회색쏘나타 승용차 한대가 멈출 생각도 하지 않은채 천천히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했다. 반대편에서는 버스 등 차량 4대가 횡단보도에 1m남짓 머리를 내밀고 서있다가 보행신호가 끝나자마자 달려나갔다. 경찰청에서 1백여m 떨어진 서대문경찰서앞 횡단보도에서는 상황이 더 나빴다. 횡단보도 정지선은 물론 교차로 정지선을 넘어 삐죽이 나와있는 차들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정지선을 무시한다. 운전자의 80%정도가 정지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게 교통전문가들의 얘기다. 교통경찰이 근무하고 있는 경찰관서 앞에서의 풍경이 이정도고 보면 단속경찰관이 없는 곳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교통량이 많은 출퇴근시간에는 아예 차들이 횡단보도를 가득 메우고 있어 보행자들은 몸을 좌우로 비틀며 차 사이를 빠져나가야 한다. 최근 모 방송사의 한 코미디프로그램에서 4개 차로에 차 4대가 나란히 서면 모든 운전자들에게 대형 냉장고를 한대씩 주기로 하고 몰래카메라로 관찰했다. 나중에는 조건을 차량 3대로 완화했지만 12시간이 넘도록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경찰차까지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방영됐다. 이처럼 정지선이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은 운전자들이 이를 거의 의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지선은 보행자의 통행이나 차량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보행자를 보호하는데도 없어선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횡단보도에 바짝 멈춰 서있을 때 뒤차가 추돌을 하면 차체가 앞으로 밀려나가기 때문에 십중팔구 보행자가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선 안으로만 걸어다니지 않아 횡단보도선에 맞춰 정지를 하다보면 예기치 않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건수가 매년 7천∼8천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같은 사고는 정지선을 잘 지키면 상당부분 예방될 수 있다는 것이 교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경찰청 교통안전과 李龍洙(이용수)지도반장은 『정지선을 잘 지키면 횡단보도 부근에서 과속이나 신호위반을 하지 않게 돼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반장은 『일부 정지선을 잘 지키려는 운전자들도 앞범퍼가 아닌 바퀴를 정지선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면서 『보행자의 안전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차와 횡단보도간 거리는 약 5m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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