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권이 대화로 풀라

  • 입력 1997년 1월 13일 20시 44분


파업사태를 둘러싼 지금의 이 긴박한 국면은 기본적으로 정치쪽의 잘못에서 비롯되고 있다. 한마디로 정치가 제 할 일을 안했기 때문이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어 놨으니 여야는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파문의 발단이 정치쪽에 있는 만큼 사태해결의 책임도 정치권이 질 수밖에 없다. 노동관계법을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반년이나 논란이 계속됐는데도 여야는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해 왔다. 그러다가 막판에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대안제시없는 무작정 원천봉쇄와 충분한 여론수렴과정없는 강행처리가 맞붙은 끝에 결국 새벽의 여당단독 기습처리라는 불상사로 문제를 만들어 놓았다. 누가 뭐래도 여야는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공동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여야가 해야 할 일은 자명(自明)하다. 노사(勞使)나 검찰에 문제해결의 짐을 지울 게 아니라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결의로 정치권이 발벗고 나서 정치력으로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실종된 대화정치부터 복원시키는 일이 급하다. 그러려면 우선 무조건 만나야 한다. 가능한한 모든 대화채널을 다 동원하되 영수회담이든 TV토론이든 여야총무 또는 중진회담이든 대화의 격식이나 전제조건에 구애됨이 없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대화의 장(場)으로서의 국회를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연말 새벽의 기습처리로 상처받은 이후 팽개쳐두고 있지만 그래도 국회는 국민대표들이 모인 곳이다. 특히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 민의(民意)를 수렴하고 대변하는 공식기관이다. 국회밖 대화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회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국회라는 민주적인 장치를 반신불수로 놔둔 채 다른 곳에서 정치판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잊고 있는 듯하지만 오는 21일까지 회기로 제182회 임시국회가 지금 개회중에 있다. 그럼에도 여야는 노동법 변칙처리 이후 20일째 상임위 한번 여는 일 없이 문을 닫아걸고 있다. 여야가 진실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원한다면 다시 국회를 중심으로 토론하면서 난국해결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이번 회기가 짧다면 별도로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일 국회밖에서 서로 감정만 긁어대는 성명서나 비난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갈등과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난국해결에 일차적책임이있는여당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어떻게든 노동계와 야권을 대화로 끌어안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야당들 또한 대안이 있다면 빨리 제시하고 여당과 무릎을 맞대야 한다. 사태 악화를 즐기거나 여권 흔들기로 반사 이득을 노린다면 책임있는 공당(公黨)이 아니다. 집권능력을 의심받게 된다. 여야가 먼저 대화에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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