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은 우울한 하루였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사설은 한국을 「약속을 안지키는 나라」로 낙인찍고 있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때는 복수노조를 인정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가입하고 나니 딴소리를 한다는 논조였다. 이 사설은 이어 중국까지 거론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원하고 있는 중국도 한국처럼 가입전에는 무역장벽을 해소하겠다고 해놓고 가입후에는 약속을 안지킬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통상에 관한 한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은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다.
미국산 CD를 불법 복제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수만장씩 복제해 파는 나라가 중국이란 것이다. 또 해마다 미국에 그렇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맞을 때 뿐, 뒤돌아서면 언제 지적재산권 보호약속을 했느냐는 듯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1백20여개 국가가 가입하고 있는 WTO에조차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그런 중국을 한국과 동일선상에 놓았다.
심사가 편치 않기로는 워싱턴의 중국특파원들도 마찬가지다. 신화사(新華社)통신의 푸 콴생 특파원은 『한국의 노동법 문제를 건드렸으면 됐지 가만히 있는 중국은 왜 건드리느냐』며 볼멘 소리를 했다.
푸 콴생은 『서양인들은 동양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워싱턴 포스트지의 사설은 한국의 노동법 파동이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눈에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예였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이 우리의 노동법을 OECD 수준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라고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런 노력들이 「약속을 안지키는 나라」라는 냉소적인 반응만을 낳고 있는 것 같다.
李 載 昊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