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67)

입력 1997-01-10 20:24수정 2009-09-27 08:0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57〉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발사는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인사하였습니다. 나도 답례를 했지요. 그런 뒤 이발사는 내게 말했습니다. 「어지간히 마르셨군요」 그래서 나도 말했지요. 「앓고 난 뒤라서」 내 말을 받아 이 사내는 또 말했습니다. 「당신의 고민을, 슬픔을, 괴로움을 그리고 재앙을 물리쳐주시기를 저는 진심으로 알라께 기도합니다」 나는 약간 짜증스러웠습니다만 뜻없이 응수했답니다. 「당신의 기도를 알라께서 들어주시기를 바라겠소」 그러나 이발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오, 나리. 기쁨과 행복이 당신께 깃들기를! 생각해보면 이제 당신이 완쾌하셨으니 벌써 당신에게는 기쁨과 행복이 찾아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의 말에 일일이 응수하다보면 그의 말이 자꾸만 길어질 것 같아서 나는 이번에 응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발사는 쉬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머리를 깎으시렵니까, 아니면 방혈을 하시렵니까. 모하메드께서는 금요일에 머리를 깎는 자는 신의 뜻으로 일흔 가지 재앙을 모면하리라, 라고 하셨거니와, 이 말은 사도 모하메드의 사촌이자 동지였고 코란의 주석가로서 유명하신 이븐 앗바스의 구전에도 있는 것입니다. 알라시여! 앗바스를 기리소서! 모하메드께서는 또 금요일에 방혈하는 자는 눈이 멀지 않을 것이고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다소 역정을 내며 말했습니다. 「수다 좀 작작 떨게. 그런 이야긴 듣고 싶지 않으니 어서 머리나 깎아주게」 그제서야 이발사는 일어나더니 아주 침착하게 보퉁이를 꺼내어 펼쳤습니다. 거기에는 가위, 면도칼 따위의 이발도구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얄궂게도 그 보퉁이에는 또한 은칠을 한 일곱개의 병행판이 달린 관측의가 들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내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발사는 뜰로 나서더니 태양빛을향 하여 관측의를 겨누었습니다.아주 오랫동안 관측을 하고있던 그는 이윽고 내게로 돌아와 말했습니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말입니다, 금요일인 오늘이라는 날은 이미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금요일인 것 같지만 실제로 금요일의 운세는 끝났다는 말입니다. 오늘이 어떤 날인가하면, 모하메드(알라시여, 그를 보살피소서!)의 도망, 즉 헤지라 때부터 육백오십삼년째 사프루 달의 십일이니, 알렉산더 기원으로는 칠천사백이십년째의 팔도 육분에 해당하는 날입니다. 이런 날의 운세를 아주 정확한 계산학에 의해 말할 것 같으면 화성(火星)이 수성(水星)과 서로 합해 있는 꼴입니다. 이것은 이발을 하기에는 좋은 날이지만, 한편으로는 만약 나리께서 어떤 여자와 연분을 맺고 싶어하고 계신다면, 앞으로 그 교제는 좋지 않다는 것도 확실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