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한국 외교관의 주차위반

  • 입력 1997년 1월 9일 20시 49분


뉴욕시 재무국은 매년 교통법규를 위반해 벌금을 부과받은 외교관차량의 나라별 통계를 발표해 오고 있다. 최근에 공개된 작년 상반기 통계에 따르면 유엔주재 우리나라 대표부는 이 기간중 총 3백59건의 벌금통지를 받아 1백77개국중 34번째로 주차위반을 많이 한 나라로 집계됐다. 연례행사처럼 나오는 발표인데다 사안도 가벼운 주차위반이기 때문에 하찮은 문제일 수도 있다. 또 부과된 벌금도 외교관 특권을 활용해 실제로 납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고손실도 전혀 없다. 우리 외교관들은 유엔건물주변의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위반건수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여건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엔가입 1백77개국 외교관들이 똑같이 겪는 어려움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비교하고 싶은 나라가 일본이다. 뉴욕시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우선 우리나라보다 유엔주재 외교관의 수도 적지 않은데 외교관 번호를 발급받은 차량이 우리대표부의 1백3대보다 30대나 적은 73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위반건수는 1백79건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대표부 관계자는 부인들이 사용하는 차량에까지 외교관 번호를 주다보니까 차량수가 이처럼 많아졌다고 말한다. 일본대표부의 외교관 차량수와 위반건수가 우리보다 적은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일본대표부는 가급적 공무에 사용되는 차량만 외교관 번호를 신청하도록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거주 교민들은 새해부터는 국가의 이미지와 교민들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유엔주재 우리 외교관들이 주차위반을 덜 하기를 바라고 있다. 李 圭 敏<뉴욕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