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56)

  • 입력 1996년 12월 29일 20시 56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46〉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나는 숙부님들과 함께 지내면서 카이로와 나일강의 환락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밤마다 밖으로 나가 마시고 노래하면서 내가 소지하고 있던 돈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덧 숙부님들의 귀국 날짜가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나는 돌아가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카이로가 좋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끔찍한 일이 있었던 다마스쿠스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숙부님들한테서 도망쳐 몸을 감추었습니다. 숙부님들이 사방으로 나를 찾아다녔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끝내 나를 찾을 수 없게 되자 숙부님들은 말했습니다. 「어쩌면 얘가 다시 다마스쿠스로 돌아갔을지도 몰라. 본래 좀 엉뚱한 데가 있는 녀석이니까 말야」 그리고는 서둘러 다마스쿠스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숙부님들 일행이 귀국한 후 나는 삼년 동안을 혼자 카이로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침내 돈이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객지에서 돈이 떨어지게 되자 나는 여간 난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괴롭혔던 것은 다카스쿠스에 있는 집주인과의 약속을 어기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건 무슨 말인고하니, 지난 삼년 동안 비록 내가 살지는 않았지만 나는 해마다 집 주인에게 일년치 집세를 보내곤 했는데 이젠 그것마저 보낼 수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집주인은 나를 신용없는 사람이라고 할 것이고, 마침내 밀린 집세를 받기 위하여 법관과 증인들이 보는 앞에서 내 물건들을 임의로 경매에 부칠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곤란한 것은 집주인이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새로운 세입자가 어떤 필요에 따라 마당을 파헤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렇게 되면 내가 갑자기 다마스쿠스를 떠나 그토록 오랜 세월을 두고 돌아오지 않은 까닭이 탄로날 것은 뻔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생각 끝에 나는 일단 다마스쿠스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삼년만에 다마스쿠스로 돌아가 내가 살던 집으로 가보니 집주인인 보석상인은 반갑게 나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집안은 옛날 그대로이고 모든 것은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습니다. 혹시 돈 될만한 물건이 없는가 하고 나는 벽장이며 옷장 등을 뒤졌습니다. 그러던 중 나는 엄청나게 크고 아름다운 보석들이 열 개나 박힌 금 목걸이 하나가 탁자 밑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나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나는 그것이 웬 물건인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날 밤 목이 잘린 처녀가 흘려놓은 것이었습니다. 그 목걸이에는 까맣게 말라붙은 피가 묻어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목걸이에 묻은 피를 물로 씻어내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오랫동안 그 목걸이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이윽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무참히 살해된 그 처녀가 떠올라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이 아팠던 것입니다』 <글 : 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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