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연이은 폭음에 싸움까지…추한 망년회 그만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망년회 때문에 귀가 시간이 늦을거라면서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저녁 6시경이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남편이 들어왔다. 올 한해는 남편이 착실히 금주를 실행해 왔건만 그 놈의 망년회 때문에 남편의 의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다행히 차는 회사에 두고 왔다면서 곧 수면의 늪으로 빠졌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아침을 먹은 뒤 세탁을 하기 위해 남편이 벗어놓은 와이셔츠를 드는 순간 깜짝 놀랐다. 피범벅이 된 와이셔츠와 바지 그리고 조끼 때문에 순간 다리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 간밤에는 아이 젖을 먹이느라 남편과 얘기도 못했고 옷차림도 보지 못했다. 그 날 저녁 퇴근한 남편의 말을 들어보니 너무 과음한 탓에 그만 자기 통제력을 잃은 직장동료들이 별 일도 아닌 상황에서 주먹다짐을 했다고 한다. 그 싸움을 말리고 병원까지 데려다 주고 오느라고 귀가가 그렇게 늦었다고 한다. 10바늘이나 얼굴을 꿰맨 동료는 이튿날 출근했지만 때린 동료는 결근했다고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 하자는 망년(忘年)회인지 한해를 망치는 망년(亡年)회인지 한심하다. 경제가 좋지 못한 이 시기에도 우리는 흥청망청 「망녕회」를 해야만 할까. 이제는 제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한 새해를 맞아야겠다. 이 한 나(서울 성북구 보문동5가 161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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