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보통남편-보통아내의 은근한 사랑

  • 입력 1996년 12월 24일 20시 36분


부부동반 회사 송년회에서 송부장(47)은 최이사의 아내를 바라보았다. 긴 웨이브머리에 화려한 화장, 늘씬한 다리선이 드러나는 바지, 40대의 나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젊고 섹시하다. 부인들끼리 음식얘기가 나왔다. 『된장찌개는 ○○집이 참 잘해요. 우리 남편이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할 때에는 우린 그집에 갑니다』 최이사의 부인은 미모에다 아는 것도 많다. 주눅이 든듯한 강실장과 풍채좋은 부인의 모습도 눈에 띈다. 강실장네는 맞벌이부부로 직장 때문에 떨어져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다른 집과는 달리 아이들은 강실장이 데리고 있다. 남편보다 직급도 높고 월급도 많은 부인은 직장일에 방해된다며 아이들을 강부장에게 맡겼다고 한다. 이혼소송중이라는 남부장 부부가 보이지 않는다. 남부장은 신입사원시절부터 처가에 무척 잘했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는 말처럼 남부장은 장모가 돌아가실 때까지 모시고 살며 처남들 대학공부에 결혼까지 뒷바라지 한 효자사위였다. 그런데 시골에 계신 남부장의 어머니가 노환으로 남부장이 모셔야할 형편이 되자 부인이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아이들 뒷바라지만으로도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였다. 이 일로 다투다 남부장은 이혼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송부장은 옆에 앉은 아내를 본다. 아내 얼굴의 잔주름과 평범한 옷차림을 보면서 송부장은 아침상에 늘상 오르는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와 아이들의 밝은 웃음, 돌아가신 어머니의 그리운 모습까지 떠올린다. 새삼스레 아내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솟는 것을 느낀다. 송부장은 부부간의 사랑은 서로의 희생과 양보속에서 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최 혜 경(이화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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