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베트남]전쟁이 남긴 상처 「혼혈」

  • 입력 1996년 12월 22일 20시 19분


최근 호치민에서 극적인 부녀상봉이 있었다. 주인공은 현재 베트남에서 인기정상을 달리고 있는 미모의 20대후반 혼혈가수 풍타오와 그의 미국인 아버지 제임스 마빈 요다(57)이었다. 공항에서 첫 상봉한 아버지와 딸이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 돼 수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들의 스토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전이 한창 치열하던 지난 66년. 미군 위생병으로 사이공 부근에 주둔하던 요다는 당시 유니세프에서 근무하는 베트남 아가씨 웬티화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68년 복무를 마친 요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함께 가자고 제안했으나 웬티화는 조국을 고집했다. 요다는 웬티화가 임신한지도 모르고 베트남을 떠났다. 그 뒤 베트남은 공산화 통일됐으며 웬티화와 풍타오 모녀는 사회의 따돌림과 천대속에서 모진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풍타오는 미국에 입양 될 기회가 있었음에도 10대 후반까지 시골 길거리에서 웬티화를 도와 빵을 팔았다. 풍타오는 87년 지방노래경연에서 대상을 차지한 뒤 특색있는 저음과 미모를 바탕으로 서서히 톱가수의 자리에 올라섰고 이제는 많은 베트남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곧 외국언론과 작가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이들의 도움으로 오랜 조사끝에 요다의 소재가 확인됐고 지난해 처음으로 사진과 편지가 오고 간 후 최근 요다가 베트남을 방문해 부녀상봉이 이뤄진 것. 이들의 행복한 상봉을 보면서 아직도 혈육을 찾지 못한 혼혈 베트남인들의 아픔을 곰곰 생각해 본다. 박 찬 신<호치민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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