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빼내기인가 이탈인가

  • 입력 1996년 12월 20일 19시 33분


자민련 소속 崔珏圭(최각규)강원도지사와 지역구의원 2명 및 원주시장 등의 집단 동반탈당이 정가(政街)에 엄청난 파문을 몰아오고 있다. 야당들은 즉각 야당파괴공작으로 규정하고 대여(對與) 공동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여당은 야권내부 자체모순과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며 맞대응하고 나서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그런 가운데 이미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줄서기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의 집단탈당이 정말 여권의 빼내가기인지, 아니면 단순한 자발적 이탈인지 지금 우리로서는 판단할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최지사는 야당당적으로는 효율적인 도정(道政)수행이 어려워 무소속으로 도정에 전념키로 했다고 탈당이유를 밝혔다. 두 의원 또한 야당의원으로서의 지역구 활동에 한계가 있음을 말하고 자민련의 어정쩡한 안보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탈당의 설명이 부족하다. 더구나 최지사에 대해서는 검찰의 내사설도 있다. 만약 야당 주장처럼 이번 사태가 여권의 빼내가기 공작의 결과라면 이건 예삿일이 아니다. 4.11총선 직후에도 「여대(與大)만들기」로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당시 고의적인 빼내가기는 다시 없을 것임을 약속하고도 이번 역시 그랬다면 정치도의적으로 용납받기 어렵다. 자발적인 탈당이라면 자민련에 문제가 있다. 어느 경우든 진짜 탈당이유와 배경은 반드시 그리고 분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정치의 투명성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민선지사 민선시장 국회의원들이 공인(公人)으로서의 처신에 과연 문제는 없었는지, 이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선 정치도의상의 문제다.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최지사는 자민련 창당때 산파역을 맡았고 자민련 공천을 받아 도지사로 당선된 사람이다. 사연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제 와서 야당으로는 도정이 힘들어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무슨 변명을 어떻게 하든 도의적인 지탄을 면키 어렵다. 두 의원 역시 정치 대부(代父)인 최지사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나 자신들을 뽑아준 선거구민과 공천정당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것만은 명백하다.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선택결과를 왜곡시켰다. 더구나 여당입당설이 사실이라면 이건 한마디로 정치적 변절이다. 때만 되면 철새정치인들이 활개를 치는 것은 정당들이 뿌리가 없어 제도화가 안돼 있고 명망가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 정당정치의 문제이며 한계다. 그러잖아도 여야 격돌정치로 국회와 정치권이 불신받고 있는 마당에 명분도 없고 설명도 잘 안되는 정치적 변절까지 겹쳐 말이 아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막중한 공직의 공인들 처신까지 이렇게 불투명하고 돌변해서야 민주정치와 정당정치의 앞날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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